행정구역개편 청와대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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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기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를 검토한 증거문건이 민주당에 의해 표출되면서 여권(與圈)이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청와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기부의 정치관여행위 금지라는 개정된 안기부법 저촉여부에 대한 논란이 야당에 의해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이 경우 여당이 제기한 행정구역 개편논의의 이면에 지자체선거 연기의도가숨어있는 것처럼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안기부를 통해 전말을 공개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그동안 행정구역개편문제에 대해 가부(可否)의 공식입장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청와대가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김덕룡(金德龍)민자당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정치쟁점으로 부각되자『지자체 선거는 법에 정해진대로실시할 것』이라는 고위당국자 코멘트(14일)를 내놓았으며 이춘구(李春九)민자당대표의 청와대 주례보고(16일) 를 통해『이미연두기자회견(1월6일)때 지자체 선거를 예정대로 치른다고 하지않았느냐』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입장이 간접적으로 전해졌을뿐이다.일종의 방임태도로 비쳐졌다.
金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꼭 필요한 일이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만큼 행정구역 개편문제는 여권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얘기다.金대통령이 모종의 중대결단을 내릴것이란 소문이 나온 것도 이런 여권내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행정구역개편 논의를 공론화하고 지자체 선거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지자체 선거전에 고칠 것은 고치든지 적어도 선거후에라도 보완하자는 여야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金대통령이 언제 공식입장을 밝히느냐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25일 취임2주년 기자간담회가 그 첫 기회다.金대통령이 지자체 선거를 연기하거나 지자체 선거전 행정구역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려 한다면 기자간담회보다는 기자회견이나 對국민담화문 발표 등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金대통령은 3월2일 출국성명에서 운을 띄운 뒤유럽순방 끝무렵 기자간담회에서 좀더 구체화하고 귀국해서 본격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기부의 지자체 선거 연기검토라는 돌발변수가 金대통령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지만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논의를 중단한다』고 할지『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는 결론이 날 지 장담할 수 없다.지금으로서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정답인 것 같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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