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걱정 없는' 사업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신용카드.캐피털 등 금융회사들이 체크카드.채권발행 주선 등 연체 우려가 없는 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자 연체가 발생하지 않거나 적게 발생하는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과 카드 연체율은 2.2%와 9.4%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0.4%포인트, 1.6%포인트 올랐다. 주요 카드사들도 지난달 말 연체율이 전달보다 1~3%포인트씩 늘어났다.

은행과 카드사들은 저축액 한도 내에서 쓰는 것이어서 연체 우려가 없는 체크카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일반 신용카드의 경우 이용액의 0.1~0.3%를 적립해 주지만 체크카드는 0.5~1.5%를 적립해 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체크카드는 일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와 달리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은행예금 잔액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 기업은행이 KTF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용금액의 1.5%를 적립해 주는 '마이 체크 KTF카드'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농협이 '농협 플러스카드'를 선보였고, 1월에는 하나.조흥.한미은행이 체크카드를 내놓았다.

비씨카드는 체크카드인 '비씨 플러스카드'의 이용금액이 지난해 2028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비씨카드 이항춘 상품개발팀장은 "체크카드는 신용이 낮은 고객이나 주부.학생 등을 대상으로 발급해 왔지만 지난해 하반기 연체율 문제가 대두되면서 은행과 카드사들이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이달 초 빌트인 가전 도매할부금융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빌트인 가전 도매할부금융은 아파트 등 건설공사의 막바지 단계에서 빌트인 가전 등을 구입할 때 시공사에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시공의 마지막 단계에서 할부금융을 제공하기 때문에 부도로 인한 연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 부문을 줄일 계획이다. 전체 수익에서 대출 관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80%에서 올해 60%로 낮추는 대신 외화증권.채권 발행 주선, 방카슈랑스 강화 등을 통해 다른 수익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연체 우려가 적은 신용등급 상위 10% 고객에게만 대출해 주는 '프라임 클럽'을 만들었고, 대우캐피탈은 특정 사업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