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호쿠스포쿠스-범인찾기로 편견깨는 코믹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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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상을 살다보면「진실」을 못볼 때가 많다.그것이 한꺼풀도 안되는 편견때문이든,선입견때문이든 간에-.
극단 우리극장이 공연중인『호쿠스 포쿠스』는 관객들과의「범인찾기」게임을 통해 바로 그같은 편견깨기를 코믹터치로 시도한 작품.「호쿠스 포쿠스」란 마술사의 주문으로「수리수리 마수리」란 뜻이다. 독일작가 쿠르트괴츠의 대표적 원작 코미디물을『관객모독』의 연출가 고금석씨가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대강의 줄거리〉전직마술사였던 삼류화가인 남편 살해혐의로 미모의 여배우인 부인이 수사대상에 오른다.모든 상황과 심증으로 미루어 분명 부인이 범인이다.그러나 물증이 없다.사건은 미궁을헤맨다.검사.변호사.재판관 모두 오락가락하고.그 럴수록 모든것이 오리무중에 빠진다.편견과 주장만이「사실」처럼 오간다.
답답한 나머지 검사는 돌연 관객에게 묻는다.『도대체 범인은 누구요?』 무대위의 미로게임을 숨죽여 바라보던 관객은 순간 당혹하기 십상이다.얼떨결에 터지는 객석의 대답은 열중 아홉은「부인」이다.
과연 그럴까.
나중에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극적인 반전이 혼란스럽지만 재미있다. 극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무대에서 군데군데 마술이 등장한다.마치 마술쇼를 보는 것같다.무대위의 재판과정에 객석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연출 아이디어도 독특하다.
무거운 주제를 웃음을 통해 전달하려다보니 교육적인 메시지가 다소 흐려지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이를테면 양념인마술묘기에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배우의 움직임이 어딘지 어색하다.그러나 시종 웃다가 나오는 관객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오후4시30분.7시30분(월요일 휴관).(745)9710.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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