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엄정화, 짜릿한 샴페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8면

남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남자가 인정한 남자가 진짜 남자다." 하물며 유난히 평가에 인색한 연예계에서는 같은 동성(同性)에게 인정받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일. 그러니 시기와 질투 많은 여자들은 오죽 더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진짜 여자'를 만났다. 바로 가수 엄정화. 술 한잔 기울이며 금세라도 친해지고 싶은 그녀와 어울리는 '술'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2년 전, 그녀는 샴페인의 맛에 흠뻑 빠졌다. 그 사이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의 짜릿한 유혹을 이젠 즐길 줄도 아는 여유가 생겼다고. 혀끝에 쓰지도 않고 적당히 취기도 가져다 주는, 마치 그녀를 닮은 듯한 유쾌한 알코올 샴페인.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때도,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시원한 샴페인 한잔이란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샴페인 파티는 실크 드레스의 화려하고 근사한 술자리가 아니라 친구들과 집에서 벌이는 편안한 파자마 차림의 술자리다. 이때 샴페인과 곁들이는 안주는 30분이면 배달되는 회 한 접시, 혹은 마법의 지니처럼 금세 뚝딱 한 상 차려내는 일등 신부감 최화정의 안주성찬, 때론 수퍼모델 이소라가 좋아하는 각양각색의 치즈가 등장하기도. 여기에 그녀들의 즐거운 수다가 보태지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술상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한 샴페인만 마시면 아무도 못 말리는 엄정화의 엄청난 주사(酒邪)가 있다는데….

기분 좋을 때는 달랑 한잔에도 알싸한 취기가 오르는 그녀, 그러면 일어나서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타공인 댄스의 여왕, 엄정화표 춤이라면 술 한잔 걸친들, 알코올 좀 섞인들 크게 다를까? 절대 다르다. 일명 '사마귀춤'.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옆으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모습에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귀여운 그녀, 엄정화가 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친구들은 배꼽잡고 장이 꼬일 만큼 포복절도를 하는데 10년 묵은 체증,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린다고. 덕분에 샴페인은 그녀뿐 아니라 함께 있는 친구들의 기분마저 최고로 좋게 한다.

샴페인을 함께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줄 아는 그녀. 새해 첫날 모델 이소라의 전화를 받게 된다.

"꺄아아아아악~~~~."

"왜 그래?" "나 몰라. 한 살 또 먹었어. 나 이제 어떡해?"

"난 괜찮아. 최고의 수퍼모델 이소라도 내 곁에 있는 걸 뭐~."

한 살 더 먹은 만큼 진해진 우정, 그래서 더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더 이상 나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얼마 전엔 피붙이 같은 친구인 남자, 작곡가 정재형과 앨범작업을 통해 일과 우정 두 가지를 동시에 거머쥐기도 했다. 얼마 후면 그녀의 영화가 개봉된다. 그날 밤 그녀의 재산 같은 친구들과 샴페인을 놓고 밤새도록, 영화와 음악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단다.

이현주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