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8년만에 만도 되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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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이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를 되찾는다.

계열사였던 만도를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긴지 8년만이다.

만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65,200원 600 -0.9%)의 비공식적인 동의와 KCC(437,500원 1,000 -0.2%)의 인수 컨소시엄 합류 등 범(凡) 현대가의 지원이 만도 인수 성공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건설은 최근 만도 최대주주인 센세이지와 협상을 벌여 관련지분을 모두 인수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21일 홍콩에서 센세이지측과 주식양수도계약(SPA)를 맺을 예정이다.

인수규모는 센세이지 보유지분 72.4%이며 인수가격은 6500억원대로 알려졌다. 만도 지분 전체로 환산할 경우 9000억원 수준이다.

한라그룹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KKR(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가 만도 인수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한라건설(31,700원 1,300 +4.3%)컨소시엄에는 KCC를 비롯해 산업은행 PE, H&Q(국민연금 사모펀드) 등이 참여했다.

만도의 2대주주(17.9%)인 한라그룹은 잔여지분(센세이지 보유분+만도 자사주)에 대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말부터 센세이지측과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만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범(凡) 현대가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현대차그룹에 사전 동의를 구하고 KCC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라측이 센세이지와 직접 협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그룹이 한라측의 만도 인수를 동의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높은 가격(만도 지분 100%에 대해 1조2000억원)을 제시한 KKR이 만도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차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하는 사이 한라측이 만도 인수전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한때 국내 재계 서열 12위였던 한라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건설을 제외한 18개 주요 계열사를 모두 매각했다.

만도 역시 한라그룹 해체 당시인 99년말 JP모건과 UBS캐피탈이 합작해 만든 투자회사 센세이지에 매각됐다.

선세이지는 투자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배당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 2006년 독일의 지멘스와 컨티넨탈, 미국 TRW, 현대차 등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분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차가 너무 커 협상이 무산됐다.

지난해 재매각을 추진하자 미국 자동차부품업체 TRW가 1조1000억원 안팎을 제안한 데 이어 KKR이 1조2000억원가량을 제시했다. 그러나 만도매각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현대차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까다로운 매각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만도는 지난 2006년 1조5822억원의 매출에 82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제동 및 조향 장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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