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규제 혁파로 세계경제 침체의 파고를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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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 실업률이 치솟고 소비가 줄어드는 등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세금 환급과 금리 인하 등 각종 단기 부양책 마련에 부산하지만 실물경제의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부르고 당연히 우리 경제도 그 파장을 비켜가기 어렵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그 여파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가량 동반 하락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 살리기’를 최대의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출범도 하기 전에 커다란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연 7% 성장률 공약에서 약간 후퇴하긴 했지만 여전히 ‘성장’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그만큼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 거는 기대도 크다. 문제는 눈앞에 닥친 세계 경제의 암운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인위적인 단기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과연 어디서 성장동력을 회복할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외부 여건이 나빠진다면 해답은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바로 규제완화가 그 답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만 풀어도 미국 경제 침체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상쇄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줘도 성장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규제 완화에는 따로 세금이 들어갈 일도, 돈을 더 풀어야 할 부담도 없다. 단기 부양책을 쓰지 않고도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첩경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지적한 대로 전봇대 하나 옮기는 데 몇 년씩 걸리는 탁상행정으론 근본적인 규제 완화는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권의 명운을 걸고 과감한 규제 혁파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