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대운하 여론부담’도 민간에 넘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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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수위의 ‘100% 민자 방식’은 진로와 퇴로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민간에서 ‘타당성이 있다’며 사업 제안을 하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한결 쉬워진다. 정부 조사가 아니어서 시민단체의 공동 검증 요구도 비켜갈 수 있다. 반대로 건설사들이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발을 뺄 수도 있다.

 현재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 등 5개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제성 분석에 착수했다. 5개 사 중 한 업체 사장은 “경부 운하 공사비는 인수위에서 말하는 14조원 정도로 맞출 수 있겠지만 장기 투자에 따른 불투명한 수익성은 정부가 보장해 줘야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조원의 100% 민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수익성= 추부길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착공이 늦어지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강과 낙동강 운하를 각각 운영할 수 있다”며 “제1공약인데 어떻게 접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대운하 사업의 민자 유치는 가소로운 논리”라며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공사인데 민간 업자의 참여 여부로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수익성을 판단할 기준은 공사비(투자액)와 물동량(수입)이다. 곽승준 인수위원이 제시한 경부 운하 공사비는 토지 보상비와 환경비용을 합쳐도 16조원 정도다. 하지만 반대 측은 취수원 이전, 주변 하천의 제방 보강을 포함하면 40조~50조원이 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공사비 조달 방법도 논란거리다. 인수위는 공사비의 절반인 8조원을 강바닥에서 긁어낸 모래와 자갈을 팔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공사비는 16조원이 아니라 8조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선 “쓸 만한 골재가 많지 않다. 기대만큼 많아도 운반 비용을 뺀 실제 골재 판매 수입은 4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공사 대금을 직접 대지 않아도 자금을 조달할 때 지급 보증을 서 주면 비용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와 국민이 빚 보증을 서는 셈이 된다.

 물동량 예상도 크게 엇갈린다. 인수위는 2011년이면 경부 운하 물동량이 2526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로 운송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정체 없이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곽승준 인수위원은 16조원을 들여 37조원의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기 개선 효과(7조원), 홍수 방지 효과(1조6000억원), 수송비 절감 효과(3조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건설업체 돈벌이와는 관련 없는 것들이다.

 ◆고심하는 건설사=건설사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놓치기 아까운 대형 공사인데 꼼꼼하게 따져 볼 시간도 많지 않다. ‘임기 내 완공’에 맞추려면 늦어도 3월까지는 사업 제안을 해야 한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특별법 제정이 구 여권의 반대를 무마하고 6월 중에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특별법은 실시계획 승인으로 39가지 인허가를 갈음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모델로 마련되고 있다.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은 “아무 조건 없이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밝혀 온 외국 업체만 6개”라며 “외국 업체는 된다고 하는데 왜 우리 업체는 다른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외국 회사는 운하 관련 장비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국내 업체는 기술과 장비를 빌려야 한다”며 “국내 업체가 사업자로 결정되더라도 건설 이익의 상당 부분은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영훈 기자, 그래픽=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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