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오쩌둥 형제와 결혼한 여걸 자매<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호 34면

1979년 9월 8일 휠체어에 앉은 허쯔전이 마오쩌둥 기념관에 있는 마오의 동상 옆에서 딸·사위와 함께 있다. [김명호 제공]

옌안을 떠난 허쯔전은 시안(西安)에 몇 달간 머물렀다. 마오는 인편으로 소식을 전했다. 말로는 ‘돌아오라’면서 나무상자에 허쯔전의 일용품을 가득 채워 보냈다. 허쯔전은 상자를 던져 버렸다. 상자가 박살 났다. 없는 돈에 새 상자를 사서 물건들을 돌려보냈다. 시안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코민테른 대표들이 소련을 출발해 신장(新疆)과 시안을 경유해 옌안을 오가는 것을 본 허쯔전은 시안을 떠나 신장으로 갔다. ‘돌아오라’는 마오의 전보가 왔지만 우루무치의 중공 연락사무소에 기거하며 소련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소련에 가기 위해 대기하던 동지들이 많았다. 중공 중앙은 이들을 모두 옌안으로 소환했다. 마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허쯔전은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옌안을 떠난 지 1년 만에 소련행 비행기를 탔다.

허쯔전은 모스크바 동방대학에 입학했다. ‘탄환과 파편이 신체의 일부가 돼버렸다’는 의사의 판정도 받았다. 마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마오는 이미 장칭(江靑)과 결혼한 후였다. 대학을 마친 허쯔전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소련 동부 이마노프 국제아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쳤다. 마오의 두 아들과 옌안에서 태어난 딸도 그곳에 와 있었다.

소련 당국은 독·소전이 본격화되자 외국인들을 군수공장으로 보냈다. 허쯔전은 재봉과 세탁을 주로 했다. 아동원에 있던 딸이 병이 나자 함께 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원장과 대판 싸웠다. 원장은 ‘허쯔전은 정신분열증’이라며 강제로 입원시켰다. 허즈쩐은 서서히 병원이 요구하는 환자로 변해갔다.

1947년 모스크바에 온 왕자상(王稼祥)이 허쯔전을 만났다. 허쯔전은 정상이었다. 정신은 맑았고 성깔도 여전했다. 계획을 묻자 ‘귀국하고 싶다’고 했다. 마오의 집안일에 주제넘게 나설 수 없다고 판단한 왕은 마오에게 장문의 전보를 보냈다. ‘귀국에 동의한다’는 회답이 왔다.

허쯔전은 하얼빈(哈爾濱)에서 리푸춘(李富春)의 영접을 받았다. 하얼빈 총공회 간부처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오는 사람을 보내 딸을 데려갔다. 49년 마오는 스자좡(石家莊)에서 허이를 만났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제수 겸 처제에게 "언니를 데려와라. 중국의 전통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허이는 하얼빈(哈爾濱)으로 달려갔다. 언니와 함께 산하이관(山海關)에 도착했을 때 낯선 사람들이 열차에 올라탔다. ‘스자좡에 들어올 수 없다. 상하이로 가라. 조직의 결정이다’. 몇 달 후 허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상하이에 온 허쯔전은 마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사회주의 건설을 지켜보라’는 답장이 왔다. 조용히 있으라는 의미였다. 허쯔전은 마오의 말대로 했다. 라디오 듣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하루는 마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허쯔전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보고를 받은 마오는 딸을 상하이로 보냈다. 엄마가 쓰러진 이유를 의사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허쯔전이 라디오를 불질러 버렸다는 말을 듣고 제일 비싼 곰표 라디오와 사탕을 사서 보냈다.

59년 난창(南昌)에서 요양 중이던 허쯔전은 휴양지 루산(廬山)에서 마오를 만났다. 헤어진 지 20여 년 만이었다. 말문이 막혀 울기만 했다. 마오는 "우리가 만났으니 말은 필요 없다, 우는 것으로 족하다. 다시 만나지 못해도 대화를 나누는 상상은 항상 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8시에 만나 9시쯤 헤어졌다.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항저우(杭州)에 있던 장칭이 갑자기 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것을 두려워한 마오는 사람을 시켜 허쯔전을 돌아가게 했다.

76년 9월 9일 마오가 세상을 떠났다. 허쯔전은 애통해했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79년 9월 8일 당에서 보낸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허쯔전은 마오쩌둥 기념관에 안치된 마오의 수정관(棺) 앞에서 마오와 마지막 작별을 했다. 5년 후 허쯔전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