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값 올리나 … 업계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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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대제철은 20일 주문 분부터 열연강판의 가격을 t당 58만원에서 64만원으로 10% 올리기로 했다. “열연강판의 원료인 고철과 슬래브(쇳물을 부어 굳힌 널빤지 형태)의 값이 지난해 말보다 t당 9만원 정도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관심사였던 열연강판 값이 마침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포스코가 얼마나 올릴지에 촉각이 쏠린다.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은 52만원. 1년6개월 동안 가격을 묶어 왔으나 최근 원자재 값 급등 분위기 속에서 조만간 열연강판 등 제품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10일 ‘2008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이런 방침을 시사했다. “중국산이 더 비싸게 팔리거나 국산으로 둔갑하는 왜곡현상까지 나타나 인상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국내 열연강판 수요는 연간 1600여만t. 포스코(34%)와 현대제철(19%)이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국산 열연강판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수요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철강제품 가격은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을 기준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만큼 수요 업체의 원가상승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정확한 가격인상폭이 결정되는 대로 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로 했다. 차 한 대를 1t이라고 할 경우 한 대의 원가 평균이 5만원만 오르면 400만 대 생산에 2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도 후판 가격인상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국내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해 후판가격 인상은 시간문제였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신일철 등 일본 철강회사들과 후판 도입 가격 협상을 개시했는데, 일본 철강회사가 상당한 인상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상 결과에 따라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후판 생산업체들도 후판 가격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열연강판으로 냉연제품을 만드는 동부제강과 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 등 냉연업체가 긴장하는 정도는 더 심하다. 포스코가 열연강판과 함께 냉연강판 값을 올릴 텐데 그 폭이 얼마나 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열연강판 값을 올리면서 냉연강판은 덜 올렸다. 열연강판을 사들여 냉연강판을 만드는 냉연 전문업체들은 덩달아 값을 충분히 올리지 못해 마진 폭이 줄고 영업적자의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 수요와 공급, 국제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라 값을 정할 뿐”이라며 “철강제품 가격은 원재료비 비중이 큰 만큼 원료 값 상승을 생산성 향상 같은 노력으로 극복해야지 원료공급 회사의 가격 정책만 바라보는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심재우 기자

◆열연강판=슬래브에 열을 가해 두루마기 휴지처럼 말아놓은 형태의 제품이다. 건축자재와 선박용 후판 등으로 가공된다. 자동차 강판이나 전자제품 등에는 냉연강판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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