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오름나그네" 김종철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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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거미오름은 오름의 창조주라는 설문대할망의 색다른 취향에 속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여느 그것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인 것이다.문어발처럼 등성이 가닥이 뻗친 기슭에는 새알처럼 귀여운 오름새끼들이 수없이 딸려 있다.』 「오름」은 독립된 산 혹은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자락 여기저기 펼쳐있는 기생화산을 지칭하는 말이다.그수는 3백30여개.
이 3백30여 오름을 오르내리며 오름과 인간이 빚어낸 갖가지사연을 옮겨논 일종의 국토순례기인 이책은 제주도의 역사와 인물,고어(古語).전설.민속.묘지 비석등을 총망라한 인문지리서.동시에 제주의 동식물.기상.지질등 자연과학적 사실 까지 일일이 발로 뛰며 취재한 보고서 성격도 띠고 있다.저자는 제주신보를 시작으로 제주 KBS.MBC편성부장등을 두루 거친 제주언론계 원로이자 한라산을 1천회 이상 등반한 산사나이.현재 암과 투병중인 그는 병상에서도 원고를 가다듬을 정도로 고향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 책에 담았다.뒷동산 같은 아담한 것에서 한라산 기슭의 크고 험한 것에 이르기까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4년동안 오름을 일일이 답파한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숨결과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높은 오름/1,2권 3백70여쪽.3권 4백54쪽/1,2권 6천5백원.3권 7천원〉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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