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 대구 영신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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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5일 오전 대구 영신고교(교장 박성진). 교실 앞 대형 TV에선 영어방송이 한창이다. 학생 30여명은 교재와 TV를 번갈아보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 서너명은 교실 뒤에 서서 강의를 듣는다. 잠을 쫓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겨울방학중 2,3학년에게 한달씩 녹화한 교육방송(EBS)을 틀어 주고 있다. 주로 국.영.수 과목이다. 신입생 400여명 중 우수생 150명에겐 영어 특강이 열린다.

교사들은 4개반씩 맡아 순회하며 학생들이 졸고 있는지, 다른 학생의 공부를 방해하는지 점검한다. 영신고의 방학중 자율학습 모습이다.

이 학교가 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의 핵심인 '방송교육의 모델'로 떠오르면서 노하우를 배우려는 다른 학교의 견학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24일 진주 경상대 사대부고 관계자 5명에 이어 26일엔 거창 중앙고, 대구 동국고 등 관계자가 방송실 등을 둘러본다.

김상종(50)방송교육부장은 "방송수업 3년만인 1998년 대구의 20개 인문고 중 모의고사 성적이 17위에서 1위로 뛰어올라 언론의 조명을 받았는데 그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방송교육은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강의를 모두 녹화, 자율학습시간(오전 1시간, 오후 6~10시)에 트는 식이다. 50분씩 방송을 시청하고, 예.복습을 반복한다. 이를 위해 교실마다 43인치 대형 TV를 갖추고 있다.

95년부터 실시한 이같은 방송교육 덕분에 성적은 크게 향상되었다.

2001년도 모의고사때는 338점이상 1등급이 5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4학년도 수능 결과 1등급은 15명으로 늘었다. 3등급 이상도 82명에서 108명으로 늘었다. 매년 대구에서 성적향상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서민 주거지역에 자리잡아 신입생의 성적이 대구에서 25~26위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 향상이다. 학생들은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어졌고 학비도 절약됐다.

대구지역 교사의 평균 자율학습 수당은 시간당 2만5000원으로 1개 학급 학생 1명당 950~1000원을 부담한다. 그러나 방송수업은 교사 1명이 4개 교실을 한꺼번에 지도, 비용이 시간당 250~300원으로 줄게 됐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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