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사이 寒冷전선 예보-民自 당직개편 따른 새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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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 진용이 정비됐다.이춘구(李春九)대표,김덕룡(金德龍)총장,현경대(玄敬大)총무체제가 출범한 것이다.야당의 입장에서는 협상창구가 교체됐다.여야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됐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우선 대표급 대화부터가 그렇다.민주당 이기택(李基澤)대표는 민자당의 새 대표를 혹평했다.이기택대표의 지시로 작성된 논평에는「군사독재정권」이라는 표현이 세번이나 등장한다.더 심한 말도 했다고 한다.둘 사이의 인연도 별 것이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민자당대표를 외면해왔다.이기택대표는 영수회담을 주장하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상대로 고집했다.김종필(金鍾泌)前민자당대표가 수차 대표회담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이같은기조가 바뀔 조짐은 없다.
이춘구대표도 강한 성격이다.야당에 면담을 간청하는 일은 없을것 같다.아마 그를 임명한 金대통령도 여야대화에 관해 이춘구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어차피 정국도 지자체선거를 앞둔 대결국면이다.일단 이춘구-이기택라인 에서 얘기가 이뤄질 전망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시선이 가는 곳이 총무들이다.민자당의 현경대총무와 민주당의 신기하(辛基夏)총무는 모두 부드러운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의욕도 보이고 있다.상대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율사라는 공통점도 주파수를 맞추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3월초께로예상되는 임시국회 때문에라도 총무접촉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무라인도 한계가 있다.일단 양측 모두 지도부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지가 확실치 않다.玄총무는 주요당직을 맡은 것이 처음이다.여권핵심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조정해가며 야당을 리드할 수 있을지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그가 민주당의 신뢰를 얻으려면 몇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辛총무 역시 당내입지가 확고하지않다.동교동계도 아니고 이기택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본다면 김덕룡총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는 실세다.민주당내에 많은 지면도 가지고 있다.그와 민주당의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은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상도동과 동교동간의 막후대화 채널로 가동돼왔다.金대통령의 민자당대표시절 대구회동을 만들어냈고,14대 대선(大選)직후에는 양김(兩金)회동 주선에 나섰었다.
민주당도 金총장을 카운터파트로 여기고 있다.다만 金총장의 경우 거대한 몸집에다 복잡한 내부사정을 갖고 있는 민자당을 꼼꼼히 챙기는게 급선무다.그가 대야(對野)접촉에 간여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지가 문제인 것이다.
김윤환(金潤煥)정무1장관의 역할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金대통령 취임이후 정무장관직은 매우 중요한 협상창구로 활용돼왔다.민주당이 민자당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청와대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태도로 봐서 정무장관의 일은 줄어들지 않 을 전망이다.더구나 그는 노련한 협상전문가다.
하지만 이같은 면면들의 특성에 우선하는 것이 양당지도부의 자세다.金대통령의 민자당개편에서는 야당에 대한 고려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적어도 야당은 그렇게 보고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 여야관계는 한랭전선이 계속될 전망이 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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