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지원사업 희망을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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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횡성고와 횡성여고 안흥고 횡성지역 1년 학생들이 12일 오전 횡성고 교실에서 공교육 지원사업 업체가 파견한 강사로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횡성군 횡성고등학교 교실. 방학 중이고, 보충수업이 없는 토요일임에도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9시30분 시작한 첫 수업은 10시 40분까지 70분간 진행됐다. 정규 수업시간보다 20분 더 길지만 학생들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교실 풍경도 평소와 달랐다. 남자 학교지만 여학생도, 다른 학교 학생도 있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학생은 횡성고와 횡성여고 안흥고 1,2학년 학생 70여명. 횡성군이 운영하는 공교육 지원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오프라인 수업 현장이다. 같은 울타리에 있는 횡성중에서도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관내 중학교 1,2학년 학생과 예비 중학생 100여명이 공부했다.

횡성군이 지역 인재 양성과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공교육 지원사업 전문회사와 손 잡고 시작한 온·오프 통합교육이 농촌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두 가지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는 징표는 나왔다.

◆좋아진 성적표=횡성고는 올해 대학입시 수시에서 서울대 합격생 1명을 배출했다. 지역균형 선발 전형이지만 학기 중은 물론 수능시험 후에도 전문기관이 논술과 면접을 특별 지도했다. 횡성고는 이외에도 성균관대·경희대·서울시립대·광운대·국민대·숭실대·인하대 등에 각 1명씩 수도권에 10여명의 합격생을 냈다. 지난해에는 체육 특기생으로 경희대에 2명이 합격했을 뿐이다 이밖에 부산대·경북대·한동대·금강대·부산외대에도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입시성적이 좋아졌다. 횡성여고도 올해 지역균형 선발 전형으로 서울대 합격생 1명을 배출했다.

횡성고 김진성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이 컸지만 전문기관의 오프라인 수업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특히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상에 나가도록 지도하고 격려한 것도 이 사업의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학생의 실력도 나아졌다는 평가다. 횡성교육청은 지난해 9월 치른 강원도 학력평가에서 예년 군(郡)단위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랐다고 밝혔다. 횡성교육청 조성기 장학사는 “공교육 지원사업의 직접적인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국어 영어 수학 모두 도 전체 평균 점수와 격차가 줄었다”고 말했다.

◆운영은 어떻게=횡성군이 공교육 지원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월. 해마다 상당수 학생이 원주 등 도시로 빠져나가 인재 유출은 물론 인구감소로 이어지자 교육환경 개선이 절대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 지역 출신 민병두 국회의원(대통합민주신당) 주선으로 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비슷한 규모를 대응 투자하겠다는 공교육 지원사업 업체 ㈜교육과 세상과 연결됐다. 자치단체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교육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논의 끝에 한번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지난해 4월 횡성군 홈페이지에 오프라인 강좌부터 개설했다. 1만5000여 개 강좌를 제공, 개인별로 접속해 수준에 맞는 것을 골라 수강하도록 했다. 학생의 수업 현황과 성적관리를 위해 학습관리 페이지를 현직 교사에게 제공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강의도 시작했다. 중학생은 놀토(쉬는 토요일), 고등학생은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이 진행됐다. 방학 동안에는 집중적으로 논술 수학 영어 외국어 등을 강의했다. 강남지역 강사라 처음 학생 수준을 맞추지 못해 수업이 겉돌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됐다. 2~3쪽 분량의 교재는 강사들이 직접 만들어 수업 때 마다 제공했다.

이찬호 기자

◆공교육 지원사업= 전문교육업체가 온라인 강좌와 함께 학교 교실에서 오프라인 강의를 하며, 수강료는 개인이 아닌 자치단체 등이 부담한다. 학원에서 수강생에게 학원비를 받고 강의하는 사교육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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