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탈북자 75명 망명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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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자국에 망명 신청을 한 165명의 북한 국적자 가운데 100명을 심사해 75명에게 망명을 허용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 보도했다. 망명 승인율이 75%에 달했다. 신청자 수 165명은 배우자나 자녀를 제외한 ‘주 신청인’만 계산한 수치다.

 RFA가 입수한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신청자 중 15명에게도 망명 승인은 아니지만 인도적 보호 등을 이유로 임시거주 비자가 발급됐다. 일부는 안전한 제3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승인이 거부됐다. 영국 정부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아 살고 있는 탈북자는 런던 뉴몰든 일대에만 40~50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이 같은 통계는 점점 많은 수의 탈북자가 망명 심사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는 이유로 영국행을 대거 택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 RFA는 망명 신청자 중 일부는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내 탈북자 지원단체인 숭의동지회 측은 “망명 신청자 중 상당수가 북한을 떠나 한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으로 들어가는 탈북자로 가장하고 있다”며 “10명에 1명 정도가 돌아오고, 나머지는 그대로 망명 승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국 당국은 느슨한 심사 과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내무부 이민국 측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들의 망명과 난민 신청 추이를 자세히 지켜보고 있으며, 난민 신청 과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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