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귓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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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무리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의 겨울은 매섭기만 하다. 바람이라도 “쌩” 불라치면 볼이 얼고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이럴 때 “귓대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볼따구가 꽁꽁 얼었어!”와 같이 쓰고 있지는 않은지?

귀를 속되게 이를 때 ‘귓대기’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귀때기’의 잘못이다. ‘~때기’는 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개구기 배때기가 볼록하게 나와 있다” “볼때기가 통통하니 귀엽다”와 같이 쓰인다.

‘귓때기’라고 표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또한 바른 표기가 아니다. 한글 맞춤법 사이시옷 규정에 따르면 경음과 격음 앞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때기’의 ‘ㄸ’이 경음이므로 ‘귀’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고 ‘귀때기’로 표기하는 게 옳다.

“볼따구가 꽁꽁 얼었어”에서의 ‘따구’는 ‘따귀(뺨따귀)’의 방언으로 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도 ‘~때기’를 붙여 ‘볼때기’라고 쓰면 된다. 볼을 낮잡아 이르는 말에 ‘볼따구니’라는 단어가 있으니 “볼따구니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볼따구니가 얼얼하다”처럼 쓸 수도 있다.

귀때기와 볼때기가 꽁꽁 얼지라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 맛이다.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이 되레 걱정스럽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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