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晩植선생 47년 서울 오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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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방직후 소련군정에 의해 연금됐다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북한의 민족지도자 고당(古堂)조만식(曺晩植)의 정치적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문서들이 발굴됐다.
이 문서들은 고당이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 김일성(金日成)과 북조선노동당위원장 김두봉(金枓奉)이 소련군정의 괴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며 美蘇공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방문을희망했음을 밝혀주고 있다.
中央日報社 현대사연구소가 미국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에서 최근 입수한 美국무부 문서중「조만식이 하지 앞으로 보낸 메시지」와「조만식-브라운 회견전문」 등의 내용은 그동안 역사적 공백으로 여겨졌던 고당의 북한 연금시절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관계기사 4面〉 이 가운데「조만식 메시지」는 1947년 5월27일 美군정사령관 존 하지중장의 통역인 이묘묵(李卯默)을 통해 하지중장 앞으로 보낸 것으로 내용은 이승만(李承晩)박사와주변의 우익인사들이 美蘇공동위원회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美군 정측에 정신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또 고당이 소련군에 연금된 상태에서도 미군측과 접촉을 가져왔음을 밝히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진 회견내용은 47년에 열린 제2차 美蘇공동위원회에 미국측 대표로 참가한 브라운소장이 7월1일 蘇군정의 양해아래 고당을 방문,당시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이 자료는 고당이 소련군정이 참가하는 신탁통치는 반대했으나 미국측이 우위를 점하는 美蘇공동위원회를 통한 남북한 통일정부 수립에는 찬성했으며 결국은 미국.소련의 신탁통치에 의해 한반도가 다스려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있던 고당의 사상과 행적을 메워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사료로보인다. 이 회견내용은 그가 신탁통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둘째아들.사위와 함께 18개월간 고려호텔에 연금돼 있었지만남한의 일반적인 정치동향도 민감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도 밝혀주고 있다.
〈鄭昌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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