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동병상련 '50대 단짝' 나란히 학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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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가 많아서 그런지 학생들이 교수님으로 오해하고 인사할 때는 멋쩍고 쑥스럽고 그랬죠."

50대 만학도 두 명이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야간과정 00학번 오금남(吳錦南.59.(左))씨와 정태순(鄭泰淳.51.(右))씨. 1995년 2대 종로구의회 의원으로 나란히 당선돼 처음 만난 吳씨와 鄭씨는 4년간 결석 한번 않고 학교를 같이 다닌 단짝 동기생이다. 25일 졸업식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졸업가운 매무새를 다듬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두 사람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졸업까지 하게 된 노력파다.

吳씨는 61년 고향 전북 고창에서 돈을 벌기 위해 상경,구두닦이.빙수장사 등을 하며 돈을 모아 70년 서울 명동에 맞춤 와이셔츠 판매점을 내면서 기반을 잡았다. 현재 하얏트와 힐튼 호텔에서 와이셔츠점을 운영하고 있는 吳씨는 95년 이후 종로구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3선의 구의원이다.

鄭씨도 67년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혼자 서울로 올라와 염직공장.미싱공장 등을 전전했으며, 고생 끝에 모은 돈으로 79년 종로에 음식점을 열었다. 95년 구의원에 당선돼 2선 의원으로 활동하다 2002년 종로 구청장에 도전해 실패했다. 지금은 음식점을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다.

吳씨와 鄭씨는 "젊은이들과 경쟁하기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기운을 받아 더 건강해진 것 같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吳씨는 올 봄 성대 국가전략대학원에 진학하며, 鄭씨는 내년 쯤 정치학 관련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글=민동기,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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