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돋보기] "TV 보기 겁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너 미쳤어? 하하하하."

홍콩의 한 학교. 학생들이 의자에서 한 남학생을 끌어내리더니 가슴팍을 걷어찬다. 집어던진 의자에 이마를 맞은 학생은 얼굴을 부여잡고 뒹군다.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반항할 용기조차 못낸다.

지난 21일 'SBS 8뉴스'에서 '또 왕따 동영상 물의'(사진(上))란 제목으로 방영된 화면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는 '매 맞는 운전기사' (사진(下))등의 제목으로 버스기사에 대한 폭행 사례를 보도했다. 방송사마다 수위에 차이는 있었지만 너무나 생생한 폭력장면이 가감없이 전달됐다. MBC는 지난 8일에도 지하철 기사와 공황장애 이야기를 다루면서 민감한 자살 장면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은 의문을 낳게 한다. 사실이기만 하면 TV뉴스는 무자비한 폭력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도 되는 걸까. '고발'이라는 명목으로 선정성은 합리화될 수 있는 걸까.

이와 관련, 방송사 게시판은 시청자들의 비난과 항의로 가득하다. "가족들과 함께 보기 두려웠다""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 때문에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화면을 내보내고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 최근 방송사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는 위험수위에 달했다"며 "뉴스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방송사측의 각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