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말라버린 백집, 흑 반면 10집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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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6보 (107~133)]
白.謝 赫 5단 黑.朴永訓 5단

109로 중앙을 제압하자 110 넘어간다. 백집이 말랐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111로 끼어붙이자 백집은 다시금 바짝 말라버린다. 먼저 둔 백△보다 나중에 둔 흑▲가 더 요소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집이란 것도 묘하다. 물이 흐르는 냇가처럼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집이 있는가 하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바짝 마른 자갈밭 같은 집도 있다. 지금 백집이 그런 식으로 말라가고 있다. 셰허의 가슴도 그렇게 타들어가고 있다. 흑집도 별것은 없다.

그러나 우상의 토실한 흑집이 이제와서 말을 하고 있다. 백이 먼저 A에 붙였다면 껍데기만 남을 뻔했던 집. 그것이 살아남아 이제와선 흑의 최고의 재산이 되고 있다.

박영훈5단이 121, 123으로 젖혀 이은 것은 "이겼습니다"고 하는 선언과 비슷하다. 이곳은 '참고도1' 흑1의 붙임수가 있는 곳이다. 백2로 받는다면 11까지 조임당하고 다시 A와 B로 조임당해 피나게 당한다. 따라서 백도 '참고도2'처럼 단수하지 않을 수 없고 그때 흑3에 두어 쌍방 부담이 큰 어마어마한 패가 된다.

그러나 박영훈은 형세가 좋아지자 이 노림을 선선히 포기하고 있다. 셰허도 132부터 하변을 움직여 최후의 추격전을 시작했다. 현재는 흑의 반면 10집 우세.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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