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새내기 '테이' 팝발라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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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름만 보고는 한국가수인지, 외국가수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테이(tei)'도 그렇다. 영어 단어인지 프랑스어인지도 헷갈리는 이 이름을 가지고서야 가수의 국적을 추측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 가수다. 프랑스말로 당신을 뜻하는 te와, 영어로 나(I)를 합쳤단다. 너와 나, 결국 '우리'를 뜻한다.

신인 가수 테이(tei.본명 김호강.21)의 인기몰이가 세차다. 데뷔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사랑은…향기를 남기고'가 최근 방송 횟수와 각종 차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주목받더니 이번주 MBC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선 1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발매한 지 두달도 안 된 이 앨범은 5만장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감미로운 곡인 '사랑은…'는 사실 빤한 팝발라드다. 최근 몇년 새 인기를 끌었던, 이기찬과 김형중의 히트곡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애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스타일을 이어받고 있다. 이런 발라드풍의 곡들은 주제가 담긴 후렴 부분을 첫구와 둘째구에서 반복한 다음, 셋째구에선 이를 약간 비틀면서 좀더 극적으로 이끈 뒤 톤을 죽여 마무리를 짓는 기승전결 방식을 갖춘다.

테이가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스타일을 따라가는 양보를 하면서도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바로 가창력에서 나온다. 발라드를 소화하기엔 다소 거친 듯하면서도 호소력을 지닌 그의 목소리는 '임재범과 박효신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하다'고 할 만큼 호평을 얻고 있다.

경남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고교 때부터 스쿨 밴드와 지역 연합 밴드의 보컬을 맡았다. "하루 종일 하드 코어만 불렀다"는 말처럼 거칠게 질러대면서 단련된 3년이란 시간 덕에 발라드를 부르면서도 어딘가 록음악적인 색깔을 겹치고 있다.

그가 발탁된 스토리는 흥미롭다. 2년 전 가수 김정민의 매니저였던 박행렬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뜬 노래방 동영상에 눈이 멎었다. JK 김동욱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앳된 청년의 모습을 보고 '뜰 만한 재목'으로 확신했다. 동영상은 노래방 주인이 올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소문 끝에 노래의 주인공인 현재의 테이를 만날 수 있었다.

데뷔하기 전부터 미디어에 꾸준히 노출될 수 있었던 점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 했다. 테이는 케이블 채널 MTV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녹음 과정과 가수로서의 훈련,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2월 중순까지 일주일에 두차례씩 방영되면서 그를 대중적으로 친숙한 인물로 만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상호 PD는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쭉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어느새 그 가수를 마치 '내가 키운 가수'로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때 만들어진 팬클럽 회원 1만여명은 오래된 친구처럼 테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글=최민우.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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