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무원 모셔오기"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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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전경련(全經聯)차원의 공무원 영입 계획이 최근들어 기업들의 각개격파(各個擊破)식 스카우트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영입대상도 조직개편에 따른 여유인력 소화라는 당초 목적을 뛰어넘어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과장급=이사대우,고참사무관=부장급」이라는등식이 깨져 사무관을 이사로 스카우트하는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되는가 하면 유능한 인력에다 기업들이 꺼리는 인력을 패키지로 묶어 영입토록 하는 소위 「끼워팔기式」 영입조건 도 나돌고 있다. 6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전경련은 재계 차원에서 1백50여명의 퇴직 공무원을 회원사를 통해 영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민간기업으로의 전직을 스스로 희망하는 공무원 수가 예상보다 적어 전경련을 창구로 하는 영입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전경련등을 통한 공식적인 영입교섭이 중단된 것은 「잉여인력 소화」차원에서 민간기업으로 가고자하는 공무원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또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8백여명선에 이를 것으로 보였던 감축대상 인원도 예상보다 크게 줄었으며 대부분 타부처로의 전출이나 산하단체.기관등으로 자체 소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학연.혈연.지연등을 통한 개별접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 대부분이 재교육을 통한 적응훈련실시를 전제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영입공세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며 『고시출신의 경우 對정부 접촉의 창구로 활용할 수있는데다 엘리트 관료로서 쌓아온 경험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통상산업부 기술직 사무관과 주사 한사람씩을 뽑아 삼성전자와 21세기 기획단으로 보냈다.삼성은 또 재정경제원의 고참사무관 한사람을 삼성생명 이사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고참국장 출신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급 연구위원으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D그룹과 또 다른 S그룹등은 최근 통산부를 퇴직한 1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계열사 사장자리를 제시하고 영입교섭중이다.
모그룹은 2~3명의 기술직 핵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급직 직원 3~4명도 함께 영입을 추진중이나 일부인력에 대해서는 패키지 영입을 제의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경.현대.코오롱.진로등의 다른 대기업들도 그룹차원 또는 개별 기업차원에서 영입대상 공무원들의 명단을 작성,회사임직원등의연결고리를 통해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아직은 신통치 못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공무원들은 이에대해 『민간기업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쓸모있을때 이용만 당할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퍼져있다는 얘기다.
이성렬(李星烈)총무처 인사과장은 『기업들은 고시 출신의 사무관이나 40대 초임 과장급을 영입대상으로 삼는 반면,관가의 여유인력은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이나 하급 노무직등이 대부분이어서수요.공급이 맞지 않는 것도 그 원인이 되고 있 다』고 말했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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