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박성우(1971~ )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동무하듯 잔소리하러 오는
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모종하고 거름 내고 지주 세워주고는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
우리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지만 따뜻하게 감싸안는 손길이 느껴진다. 그래서 담 아래 해바라기가 등돌려 옆집 마당을 보고 피었다고 했다. 시인의 시골 농가에는 서울 사는 시인 형들이 그리우면 보려고 심은, 하나하나 이름 붙인 나무도 여러 그루가 있단다. 외롭게 사는 옆집 노인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 해바라기에는, 아마도 ‘억지쟁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을 것이다. <박형준·시인>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