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빨리 크다가 멈칫~ 혹시 성조숙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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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42·여)씨는 얼마 전 아들(14)의 겨드랑이에 체모가 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2차 성징이 나타날 시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평소 ‘다른 아이들보다 어리다’는 생각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남편과 자신의 키가 크지 않은 박씨는 2차 성징이 시작되면 키 성장이 더디다는 주변 이야기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남학생, 성장치료 시기 놓치기 쉽다
서정한의원의 박기원 원장은 “키 성장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 중 여학생은 주로 초등학생인 반면, 남학생은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학생이 성장치료에 관심을 갖는 시기가 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성장 발육 상태가 남학생보다 앞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등 2차 성징이 뚜렷한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은 부모가 알아차릴 만한 명확한 계기가 없어서다. 자녀를 챙기는 엄마가 동성인 딸의 신체 변화엔 민감한데 반해 아들의 변화는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도 한 이유다.
박 원장은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면 피지 분비가 증가해 머리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며 “남학생에겐 이때가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부모가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실제 나이보다 뼈 나이에 관심 가져야
적절한 성호르몬은 뼈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오히려 성장판을 닫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통상적으로 초경 이후엔 키가 평균 5~8cm 밖에 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2차 성징으로 성장판이 닫히는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2차 성징이 조기에 나타나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 가능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래에 비해 작더라도 2차 성징이 더디고 뼈 나이가 어려 성장판이 닫히기까지 충분히 시간이 남아 있다면 늦게라도 클 가능성이 있다. 실제 나이만 생각해 느긋해하거나 조급해하기보다 성장정밀검사를 통해 성장판의 개폐 상태와 뼈 나이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판이 열려 있으면 약물요법(성장판 촉진 처방)과 운동요법(척추의 배열을 올바르게 하고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운동)을, 성장판이 닫혀가는 시기엔 약물요법(성장판 지연 처방)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혔다면 약물요법(탕약)과 운동요법, 체형교정을 받도록 한다.  
 
키 크는 비결 vs 성장 장애 요인
키 성장엔 유전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자잘한 생활습관이 모여 키를 크게 하기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우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숙면이 필요하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체중으로부터 해방된 척추와 다리의 관절이 자라게 된다. 이때 수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 야식을 삼가고 과격한 운동이나 흥분되는 게임을 피하도록 한다.
한창 자랄 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성장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을 하루 평균 10~20g, 중·고등학교 때엔 30~60g을 섭취하도록 한다. 성장과정과 생리활동 유지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제철나물도 챙겨야할 먹거리다. 키 성장을 위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슘량은 우유 2컵 분량이다.

비만은 키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지방 섭취와 총에너지 섭취량이 늘면서 2차 성징을 앞당기는 호르몬인 랩틴 분비가 증가되고, 축적된 지방은 성호르몬의 원료가 된다. 따라서 소아비만의 90% 이상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 성조숙증은 성 발달이 빨라져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증상으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또한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키 성장을 막는 한 요인이 된다.
박 원장은 “성조숙증인 경우 초경이나 몽정 등 2차 성징을 늦추는 것과 성장장애 치료가 병행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요즘 아이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키 크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여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 성장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도움말=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www.seojung.com / 02-515-8585

TIP
키 성장에 도움 금생수 호흡법

금생수 호흡법은 뇌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해 성장 장애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호흡법이다. 정신안정에도 효과적이다.

1.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의자에 앉거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허리를 편다. 양손은 무릎 위에 편히 놓고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한다.
2. 눈을 감고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산소가 이마의 양미간을 통하여 뇌로 바로 들어간다고 상상한다.
3. 들이쉰 상태에서 숨을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몸 안의 노폐물이 이마의 양미간을 통해 빠져 나간다고 상상한다.
4. 숨을 다 내쉰 상태에서 숨을 잠시 멈췄다가 들숨부터 5회 반복한다. 들숨과 날숨은 각각 10초 동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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