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실탄 부족… 참모들은 무급봉사

중앙일보

입력

루디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시장(63)은 공화당 대선 경쟁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01년 9·11 테러로 폐허가 된 뉴욕을 훌륭하게 복구하면서 출중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돈 줄도 말라가고 있다.

11일 발표된 CNN방송과 오피니언 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그의 전국 지지율(18%)은 3위로 추락했다. 대선 도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지율 34%로 선두에 올랐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이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지지율은 21%였다.

줄리아니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같은 기관 조사와 비교하면 15%포인트 떨어졌다. 매케인 지지율은 13%포인트 상승했다. CNN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곧 줄리아니로 인식되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줄리아니 캠프의 고위참모 10명 이상이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자금도 고갈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줄리아니 측은 "수중에 700만 달러가 있으며, 헌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정을 잘 아는 한 기부자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줄리아니 측은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이오와(득표율 4%), 뉴햄프셔(득표율 9%)에 주력하지 않았으므로 두 곳의 경선 결과에 충격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줄리아니 측은 29일 프라이머가 실시되는 플로리다를 보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이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줄리아니는 이곳에 모든 자원을 집중투자했다. TV광고에 매주 70만 달러를 쓰고 있다. 최근엔 미시간(15일)과 사우스 캐롤라이나(19일) 프라이머리를 포기하고, 그곳의 인력까지 플로리다로 투입했다.

플로리다만 이기면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줄리아니의 생각이다. 플로리다 승리는 일주일 뒤 '수퍼 화요일'(2월 5일)의 압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수퍼 화요일엔 22개 주에서 동시에 프리이머리와 코커스가 실시된다. 대통령 후보는 이날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꿈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베트남전 영웅 매케인(71)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그는 뉴햄프셔에서 지지율을 급속히 올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12일 아메리칸 리서치에 따르면 매케인(34%)은 미시간에서도 이곳 태생의 롬니(27%)를 추월했다. 폭스 뉴스 조사에선 지난해 말까지 4, 5위를 하던 고향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도 지지율 1위(25%)를 기록했다. 만일 매케인이 미시간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할 경우 플로리다를 발판으로 수퍼 화요일에 게임을 끝낸다는 줄리아니의 전략은 무모한 도박의 사례로 남을지 모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