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막는 '등반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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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산사태를 막는 로봇이 조만간 일상생활에서 쓰일 전망이다. 유럽우주항공국(ESA)이 우주탐사에 쓴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준 결과다.

세계 각국에서 매년 엄청난 규모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산사태를 예방하는 데 위험천만하게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할 필요가 이젠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나무나 쇠로 만든 지지대를 쌓고 가파른 경사를 기어올라가 쇠막대기를 꽂아 구멍을 뚫고, 시멘트를 부어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했다.

그러나 '로보클라이머(Roboclimber)'라는 이 3t짜리 로봇을 이용하면 모든 과정이 전보다 간편하고 안전해진다고 한다.

로보클라이머는 네개의 다리를 가졌으며 생김새가 거미처럼 생겼다. 로봇을 이용하면 산사태 방지 공사의 비용을 기존보다 30~80%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ESA는 전망하고 있다.

이 로봇은 15~20m의 구멍을 땅속에 뚫어 시멘트를 부어 넣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80m 높이의 60~80도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면에도 올라가 일할 수 있다. 땅속에 뚫은 구멍을 통해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땅의 지질학적 특성을 분석할 수도 있다.

조종은 안전할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서 무선으로 사람이 한다. 낙석이나 무너져 내리는 흙 때문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보클라이머에는 ESA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위성 고도를 조정하는 기술과, 우주탐사 로봇에 쓰이는 노하우가 활용됐다.

ESA는 이탈리아의 다폴로니아라는 회사에 이 기술을 이전, 오는 5월 첫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폴로니아는 로보클라이머를 제작하기 위해 유럽의 8개 회사와 손을 잡았다. 시제품의 예상 가격은 약 200만달러(약 24억원)라고 한다.

ESA는 지금까지 지하탐사 레이더를 이용해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터널의 균열을 잡아내는 기술 등 우주 탐사에 쓰인 150여가지 다른 기술들도 민간회사에 상업용으로 이전했다.

로보클라이머의 연구비용은 유럽위원회(EC)가 일부 지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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