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융통성 보인 對北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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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오는 4월 평양(平壤)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체육및 문화 축전」에 남한(南韓)의 이산가족 참관을 비롯해 기자들의 상호방문 취재,방북(訪北)기업인의 판문점(板門店)통과를 허용하도록 제안했다.통일원장관의 성명으로 나온 이 대북(對北)제의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한 접촉 기회를 잡아보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기존의 제안들을 되풀이한 것처럼 볼 수도 있으나 시기적으로나 제안의 형태로 보아 전에 비해 정부가 신축성을보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우선 두드러진 것은 그동안 금기시(禁忌視)해왔던 북한의 정치선전 행사 참관 도 허용하겠다는 발상이다.평양축전은 그들이 말하듯 북한 「혁명대오의 불패성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정치선전에 목적이 있는행사다.그래서 북한은 대규모 외국인 관광단 유치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이런 행사 참관까지 허용 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이번 제의에서 또하나 두드러진 것은 실현 가능한 가장 초보적인 인적 교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한의 인적교류 부분을 좀더 공식화하고 효율화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제 3국에서의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최근 빈번해진 국내 기업인들의 개별적 방북등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이 최근 벌이고 있는 「대민족회의」 공세는 실망스럽다.수십년 되풀이해온,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 공허한 정치공세일 뿐이다.그들의 제안이 남한 내부를 분열시키고 북한의 구도대로 통일을 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술책이라는 것을 남쪽에서모르는 사람은 없다.이 제안에 북한이 끝없이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허구성(虛構性)을 드러내는데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고루한 체제라도 정치 지도자가 바뀌면 정책도 어느 정도 융통성있게 바뀌어야 한다.평양 축전이 새로운 김정일(金正日)체제의 출범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책도 새롭게 제시돼야한다.북한은 이런 시각에서 이번 정부의 제의를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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