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한강로 李한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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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똑같은 땅이라도 설계자에 따라 건물의 형태가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법적한도내에서 뽑아내는 건물 연면적도 천차만별이다.
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공사비 차이도 이만저만 크게 나는게 아니다.서울 옛 용산시외버스터미널 앞 대로 건너 편 이면도로변인 한강로3가40의640에 들어선 5층짜리 건물은 설계자의 탁월한 감각으로 특색있는 디자인은 물론 공간이용률을 극대화시킨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연분홍 인도산(印度産)사암(沙岩)으로 마감한 벽면과 뾰족지붕,그리고 꼭대기 외벽에 붙여놓은 하얀 원형시계등이 매우 고풍스럽고,동측면에 붙어있는 그리다 만듯한 원형의 붉은 철강재는 脫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의 뉘앙스를 풍겨 고전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당초 단층 한옥을 헐고 지은 이 건물은 27평 크기의 1층은전세용 근린생활시설로 설계했고,2층(24.5평)은 건축주 이규성(李圭聖)씨의 한의원 사무공간으로 쓰고 있다.3~5층은 건축주의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3층(24.2 평)은 거실.
식당.주방등 가족공동공간으로,4층(18.2평)은 주인 침실,박공지붕을 이용한 5층(14평)은 자녀들의 공부방으로 활용하고 있다.지하층 30평은 창고로 꾸몄다.
설계자(朱榮正.예조건축 대표)는 대지 49평에 건폐율 58.
5%를 적용,연면적 1백38평규모의 멋스런 건물을 만들어냈으나공사비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평당 2백20만원(총공사비3억3백60만원)정도밖에 들이지 않았다.인테리 어비용을 제외한순수 건축비는 평당 1백40만원에 불과하다.
이 건물의 특징은 옆건물과의 사선제한규정으로 위쪽이 점점 좁아지는 현상을 잘 승화시켰으며 3층부분이 불룩한 반원형 덩어리가 벽에 붙은듯한 모양새로 외관에 화려한 변화를 줬다는 점이다.특히 이 공간은 계단실로 사용,내부공간 이용률을 극대화했다.
사선제한에 걸리더라도 일반적으로 윗부분만 경사지게 만드는 것이 관행이지만 방문객이 많은 병원이란 점을 감안,1층부분을 잘라내 주차장으로 사용토록 했다.
이 때문에 별도의 반원꼴 덩어리가 벽에 붙어있는 듯한 형상을하고 있다.
이와함께 내부 곳곳에 사선제한으로 좁혀진 못쓰는 공간을 수납장이나 화분공간등으로 만들어 자칫 死공간으로 버려질 부분을 활용공간으로 승화시켰으며,아이들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옥상층도 사선제한을 최대한 이용해 만들어낸 공간이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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