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펀드의 대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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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형주 펀드의 뚝심=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소형주 펀드의 기세가 거셌다. 2006년 하반기부터 1년 동안 중형주가 시장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2007년 상반기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1(ClassA)’이 40%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둔 것을 비롯해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이 수익률 순위 상단을 점령했다. 그러나 중소형주는 뒷심이 부족했다. 하반기 들어 수익을 오히려 까먹었다. 특히 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유리스몰뷰티주식C’(상반기 10위)·‘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은 1년 수익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반면 상반기 몸이 무거웠던 대형주가 8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하반기 거래소 대형주 지수가 10% 가까이 뛰는 동안 중형주 지수는 7.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 소형주 지수는 0.38% 하락했다. 결국 결승점에 1등으로 들어온 펀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이었다. 1년간 62.16%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2.25%)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동부TheClassic진주찾기주식1ClassC1’이 3위로 겨우 중소형주의 체면을 살렸다. 펀드업계는 올해도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중소형주가 선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허진영 연구원은 “펀드를 한곳에 몰아서 투자하지 말라는 건 지난해처럼 언제 어떤 주식이 오를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지주사 테마가 열쇠=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주식형 펀드시장 순자산의 38%를 차지했다. 바꿔 말하면 미래에셋이 사면 주가가 올랐다는 얘기다. 지난해 수익률 상위 20개 펀드 중 1위를 포함해 5개가 미래에셋이 내놓은 상품이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미래에셋은 중국 수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현대중공업·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미래에셋 펀드 5개의 편입 종목 1, 2위도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차지했다. 배당주 펀드를 내세운 삼성배당주장기주식종류형1-C’도 중국 수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덕에 수익률 선두권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친미(친미래에셋) 펀드는 뜨고 반미 펀드는 진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지주회사 테마주를 많이 사들인 펀드도 선전했다.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주식’과 ‘CJ지주회사플러스주식형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증권 이유나 연구원은 “지난해 대기업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테마주를 형성하면서 SK·LG·CJ 등 지주사 주가가 많이 오른 덕분에 이들 종목을 편입한 펀드도 성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삼성그룹주식형-자(A)’처럼 삼성그룹 주식을 많이 편입한 펀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중공업·삼성전기 등 삼성 간판주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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