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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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정부 부처에 언론사 간부들과 산하기관 단체장 등에 대한 대규모 ‘성향 조사’를 지시했다고 12일자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인수위는 언론사 간부진은 물론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광고주, 산하 단체장 등 광범위한 대상을 조사대상에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언론사의 정부 및 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류하고 향후 정책수단 등을 통해 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정부 공문서는 언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인수위의 지시로 지난 3일 산하기관들에 해당 기관장과 상임이사, 감사 등에 대해 출신지와 함께 성향ㆍ최근 활동사례 등을 조사토록 요청한 것이다.

‘인수위 요청자료’로 명기된 공문에 따르면 인수위는 성향 조사 대상으로 ‘언론사 사장단 및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의 명부’를 요청했다. 이들에 대해 ‘약력과 성향을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언론사의 논조와 지면제작 방향을 관장하는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을 주요 조사대상으로 적시한 것은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파악이 목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인수위는 또 조사대상으로 해당 부처 산하의 ‘주요 단체장, 상임이사, 감사’와 함께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 업체대표’를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인수위는 ‘신문ㆍ방송ㆍ광고ㆍ주요 종교신문 및 방송ㆍ케이블 중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 대표’에 대한 성향조사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해당부처는 공문에서 ‘직책ㆍ성명ㆍ생년(출신지 포함)ㆍ최종학력(전공 포함)ㆍ주요경력ㆍ성향ㆍ최근활동ㆍ연락처’의 8가지 항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표 형태로 작성, 당일(3일)까지 보고하도록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인수위 지시로 진행된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ㆍ활동 파악은 그간 기자실 복원 등 언론 자유를 최우선적 가치로 보장하겠다던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의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해 5월31일 제주에서 열린 편집ㆍ보도국장 세미나에서 “대통령으로서 친한 정도에 따라 (언론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정부는 간접지원하는 방향을 통해 언론이 자율적이고 건전한 여론 형성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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