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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전시의 개념이 바뀐다-삼성현대미술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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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최대.최고의 미술컬렉션을 자랑하는 호암미술관이 최근 홍나희(洪羅喜.50)관장 취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특히 올핸 국가적으로는 광복 50주년이자 미술의 해이고,호암미술관 입장에서는 삼성미술문화재단(이사장 李健 熙)설립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호암미술관의 새로운 구상에 쏠리는 미술계의 관심은 대단하다.그중에서도 호암미술관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삼성현대미술관(가칭)건립은 우리 미술관 역사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암미술관측은 삼성현대미술관이 지금까지의 미술관 개념을 완전히바꿔놓으면서 그야말로 우리나라 미술관의 차원을 한 단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던 국내 미술관들은 충분한 컬렉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름뿐인 「미술관」이 대부분이었다.「현대미술관」이라기보다 「근대미술관」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그나마 86년 덕수궁에서 과천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서울 도심에 위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고 즐길 수 있는 규모있는 현대미술관은 하나도 없었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규모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큰 규모에 비해 동선이 지나치게 길게 설계돼 있는 등 내부기능과 시설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이런 상황에서 호암미술관이 국내 처음으로선보이게 될 하이테크 집중형 현대미술관 건립계획 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하이테크 집중형이란 서구에서는 이미 지난 80년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 미술관 시스템이 컴퓨터로 연결돼있고 창고 역시 단순히 소장품을 보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자료실화한 미술관을일컫는다.
「시민들의 생활속에서 자리잡는 미술관」을 지향하는 이 미술관은 건물 설계도 매우 특징있게 준비되고 있다.관람객이 쉽게 발을 못들여놓을 만큼 위세당당한 곳이 아니라 동선 등 내부기능에보다 신경쓰면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설계가 진행중인 것이다.
서울종로구운니동 舊운현궁터에 연건평 1만7천평에 지하 7층,지상 13층 규모로 지어지는 삼성현대미술관 설계에는 프랭크 게리.헨리 콥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 이미 개념설계와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상태다.호암미술관측은 이달말이나 다음달초 설계자를 확정하고 96년부터 건설에 들어가 98년12월 개관할 예정이다. 내용면에서도 삼성현대미술관은 특별히 기존 미술관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소장품을 위주로 한 나열식 전시나 외국 유명 미술관을 그대로 본뜬 것이 아니라 동양적 사고를 위주로 현대미술사조를 특징적으로 수집.전시하는 「21세기를 향한미술관」을 만든다는 것이다.아직 뚜렷하게 틀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국제화와 우리문화의 뿌리찾기를 병행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순회전 형식으로 외국 미술관과 연계해 한국미술을 국제화하는 일과 월북작가를 포함한 국내작가를 끊임없이 재조명,발굴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한 삼성현대미술관 설립계획 외에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도 규모를 대폭 넓히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호암미술관은 故 이병철(李秉喆)삼성그룹회장이 자신의 개인소장미술품들을 65년 설립된 삼성미술문화재단에 기증함으로써 지난 82년 개관했다.
여기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만5천여점의 미술품이소장돼 있는데 『고려청자 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등 국보급 문화재만 91점에 이른다.고미술품 외에김환기.이중섭등 근.현대 작가 작품들과 로댕. 샤갈등 해외 명작들도 다수 있다.
이번 삼성현대미술관 건립을 계기로 1920년대 이후 근.현대작가들의 작품과 외국작품들은 삼성현대미술관으로 이전돼 고미술과현대미술이 각각 용인과 서울에 나뉘어 소장.전시된다.
호암미술관측은 이번 확장공사가 단지 수장고나 전시장의 부족으로 규모를 늘리는 차원에서 벗어나 개인 컬렉션을 공공화한다는 사회공익적인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지난 92년 中央日報에서 인수해 기획전 중심의 전시관으로 운영하는 호암갤러리는 국제화를 위한 「서울국제미술제」를 개최하고 유망한 젊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미술대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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