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반론

'학점은행제로 지방대 위기…'에 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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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글은 지난 20일자 '내 생각은'에 실린 최세일씨의 글 '학점은행제, 지방대 위기 부추겨'에 대한 반론입니다.>

어떤 병이든 진단이 잘못되면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없다. 최세일 교수는 학점은행제와 사이버대학이 지방대학의 위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진단했지만, 그것은 문제의 본질과 별 관련이 없는 명백한 오진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지방학생들이 학점은행제 수업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방마다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직업학교들에서 충분히 학습을 할 수 있는 데 거주비용까지 부담하며 수도권으로 올라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원격방식으로 학습하는 사이버대학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교육 소비자인 국민에게 다양한 학습기회가 제공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선택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방대학 중에도 경쟁력을 갖춘 대학에는 수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현상을 崔교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학점은행제나 사이버대학이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한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학점은행제나 사이버대학 학습자들과 崔교수가 재직하는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을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게 곤란하다면 재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교육의 질은 공급자가 주장하기보다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다.

고등교육은 누가 시키거나 강제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는 여러 음식점 중에서 맛있고, 값싸고, 서비스 좋은 식당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어느 식당이 성황을 이루거나 폐업을 하는 원인은 전적으로 그 식당주인과 종업원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근처 식당들 탓만 해서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막을 길이 없다. 부지런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 현명한 소비자들은 곧 다시 돌아온다.

국가의 모든 제도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학점은행제나 사이버대학도 국민에게 더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해 탄생한 제도다. 지방대학이 잘되고 못되고는 전적으로 지방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창의에 달린 것인데, 학점은행제와 사이버대학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은 잘못이다.

또 입학하는 학생에게만 관심을 가지면 학생은 점점 안 온다. 열심히 뛰어 졸업생을 다 취업시키고, 몇 년 전 졸업한 학생들까지 잘 사후관리해주면 금방 입소문이 퍼지고 학생은 저절로 많이 찾아온다. 학원을 14년 경영한 나의 노하우다.

신대현 기술학원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