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李모씨 "강짱 신드롬 나도 어이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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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에 모두가 나만 잡으러 오는 것 같았어요."

경찰청의 수배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강짱'(강도 얼짱)신드롬을 몰고 왔던 李모(22.경북 경주)씨가 23일 경찰에 검거된 뒤 인터넷을 '원망'했다.

李씨는 애인인 공범 金모(32)씨와 지난해 1월 포항에서 승용차 함께 타기를 가장해 강모(25)씨를 태운 뒤 현금 80만원을 빼앗으면서 특수강도로 수배자 전단에 사진이 올랐다. 둘은 5개월여 동안 전국을 떠돌다 속초시에 원룸을 얻어 정착했다. 李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식점 종업원으로 취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네티즌들에 의해 '강짱'으로 떠오른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어이가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분식집 일도 즉각 그만두고, 가족과의 전화 연락을 위한 외출도 金씨가 도맡았다고 한다. 온종일 방안에 박혀 살았고 불가피한 외출 때는 모자와 평소 쓰지 않던 안경으로 얼굴을 가렸으며, 긴 머리를 묶는 등 인터넷에 알려진 모습과 다르게 보이도록 안간힘을 썼다.

李씨는 수배 사진의 단정한 모습과 달리 검거 당시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을 정도로 길었다. 그는 "잡히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李씨와 金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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