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나도 경제, 둘도 경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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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참여정부 1년의 경제 성적표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3%도 안 되는 경제성장률과 줄어든 일자리, 9%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과 400여만명의 신용불량자 등이 그 증거다. 이뿐인가. 기업인의 사기는 바닥이고 투자와 소비도 꽁꽁 얼어붙었다.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부동산에다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서민의 고통이 더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가장 잘못한 것은 경제'란 응답이 압도적이고, 한국경제학회는 "개혁도, 경제안정도 다 놓쳤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할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노무현 정부 1년간의 경제 정책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동북아 중심, 소득 2만달러 등 구호와 로드맵(일정표)은 화려했지만 일이 된 것은 거의 없었다. 출범 초 盧대통령이 보인 친노(親勞) 성향은 노사갈등을 심화시켰고, 일관성 없는 정책은 기업인과 소비자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규제 완화도 말뿐이었다. 그 결과 투자는 이탈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은 실업과 신용불량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 경제는 재도약이냐 침몰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호황을 누리는 세계 경제와 달리 우리는 규제와 정쟁 (政爭), 노사갈등과 고임금에 발목이 잡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섭게 도약하는 이웃 중국에 이미 국가신용도마저 추월당했다. 우리의 첨단 기술도 곧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하면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盧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난 1년간의 실패 중 가장 큰 잘못은 경제를 이렇게 망가뜨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시행착오나 불확실성은 용납되지 않는다. 과거 청산도, 개혁도 경제가 망가지면 끝이다. 환자는 죽었는데 종기 수술이 잘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치니 개혁이니 하는 문제는 뒤에 내세워도 된다. 제일 앞세워야 할 것은 경제다. 지난 1년간 경험의 결론은 하나도 경제, 둘도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