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선대위 구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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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중진인 김덕룡 의원은 24일 국회의 최병렬 대표 방을 찾았다. 당 해체와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金의원은 "임시 전당대회가 새 대표를 뽑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의 얼굴만이 아닌 체질과 내용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지도부가 앞장서 달라"는 얘기를 했다 한다.

하지만 崔대표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金의원은 "崔대표가 '한나라당의 법통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崔대표와 金의원의 대화는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신당파는 "총선이 5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신념과 의지만 확고하면 신당 창당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金의원은 이날 오후 강창희 의원을 만나 도움을 청했고, 김무성.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는 저녁 늦게까지 '구당(救黨) 모임'을 열고 신당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신당파가 뜻을 관철하기 위해선 崔대표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열기 전에 선거대책위를 출범시키겠다는 崔대표의 구상이 무산된 것은 신당파엔 희소식이다. 당 3역은 이날 선대위 출범을 임시 전대에서 선출하는 새 대표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이는 홍사덕 총무가 신당파를 지원하기 위해 주도한 것이다. 신당파는 임시 전대에서 당 해체를 결의하고 신당 창당대회를 연 뒤 '신당의 선대위'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전대 전에 '한나라당 선대위'가 출범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그러나 신당파가 대세를 장악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당 해체와 신당 깃발을 든 데 대한 역풍도 강하기 때문이다. 김수한.이중재 전 의원 등 당 고문들은 이날 崔대표와의 오찬에서 "당 해체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김용갑.윤한도 의원 등 영남권의 일부 의원은 이날 밤 모임을 열고 "신당을 하려는 사람은 나가서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전대 후 퇴진을 선언한 崔대표에게 신당 반대파의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반면 소장파를 비롯한 신당파에 대해선 "너무 성급하게 신당 문제를 제기해 민정계가 중심인 영남권 의원들의 반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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