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은 우리에게 반성·쇄신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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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회의장에 들어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손학규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을 침몰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을까.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중앙위에서 그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곧바로 대표에 선출됐다. ‘정통 개혁 노선’을 내세운 우원식(김근태계·재야 그룹 지원) 의원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이 민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과는 압도적 표 차였다.

 이 같은 결과는 신당이 지난 7일 새 대표 선출 방식을 경선이 아닌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결정할 때 예견됐다.

 손 대표가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10개월 만에, 신당에 합류한 지 5개월 만이다. 4월 총선에서 의석 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원내 1당의 대표로서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손 대표는 취임사에서 “이제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진보 세력을 자임하고 이 땅에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책임을 다하자”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국민이 우리에게 따뜻한 손을 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이 손 대표를 당의 새 얼굴로 내세운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대선에서 참패한 이유가 극심한 반노(反盧) 정서 때문이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신당 입장에선 무엇보다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둘째, 손 대표는 경기지사 출신이어서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일정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이날 투표에서 수도권 초·재선들이 압도적으로 손 대표를 지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손 대표는 ‘실사구시’‘중도 실용 노선’를 표방하고 있어 신당이 옛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좌파 이념형 정당’이란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이 손학규 체제의 성공을 저절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손 대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하다. 정동영계·김근태계 등 기존 당내 주류 계파는 한나라당에서 ‘굴러온 돌’이 당 대표가 된 것에 불편해 하는 표정이 역력해 당 운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부 충청권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끄는 자유신당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통합이 시급하지만 당장 민주당은 “신당이 한나라당의 3등 인사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민주 개혁 세력 50년 역사에 최대 치욕”이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최근 당 대표직을 ‘독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처럼 야당의 대표 주자로 확고히 자리 잡겠지만 반대의 결과라면 심각한 도전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점에서 손 대표가 이날 “감사한 마음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인사드린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국민의 목소리는 반성과 쇄신, 변화”라고 외친 건 앞으로의 대장정을 의식한 자기 다짐인 셈이다.

김정하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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