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2차 금융빅뱅] 새 판에 맞춰 제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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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제는 옛날처럼 관치 금융이 잘 통용되지 않는다. 얼마 전 LG카드 사태 때 외국인이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정부 지시를 완전히 무시했고, 한미은행은 반만 따랐다.

과거 방식의 금융정책과 규제가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에서 금융정책과 감독의 방향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할 것 같다"며 "현재처럼 금지하는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금융감독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금융회사는 은행.증권.투신의 성격이 중첩된 금융상품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금융 관련 법체계는 금융회사별로 돼 있다. 은행은 은행법, 증권은 증권거래법으로 규제된다.

그나마 국내에서 최초로 기능별 법체계를 선보인 것은 올해 도입된 자산운용업법이다. 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증권사에서는 투신사 펀드와 유사한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선박 펀드와 부동산 펀드 등 다양한 성격의 펀드도 이 법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한편 외국계 자본이 맹위를 떨치면서 국내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분분하다. 즉 은행을 인수하는 외국 자본의 태생적 성격이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를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K그룹을 뒤흔들고 있는 소버린의 정체가 뭔지 아직까지 모른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획득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은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4% 의결권 제한을 완화해 산업자본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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