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은행들 서비스 확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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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여명이 근무하는 서울 광화문 씨티은행 서울지점엔 예금.입금 등 단순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창구직원이 세명뿐이다. 반면 주로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증권.투신.보험 등 금융 전 분야의 상담.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뱅커는 여섯명이다.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수익성을 높이려는 씨티그룹의 전략이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는 최근 불기 시작한 금융 상품의 다양화.통합화 경향을 더욱 가속시킬 전망이다.

미국 의회가 1998년 말 금융 겸업을 허용한 뒤 은행들은 예금.대출뿐 아니라 증권.투신.보험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종합 금융판매사로 탈바꿈했다. 영국도 금융기관 간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잇따랐던 80년대 이후 복합 금융신상품이 러시를 이뤘다.

씨티그룹은 이 같은 흐름의 선두에 있다. 금융 겸업법이 통과되기도 전인 98년 10월 씨티은행과 보험사인 트래블러스 그룹이 합병해 미국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탄생했다.

국내에서도 비은행 금융서비스를 크게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씨티는 89년 국내 첫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인 '시티골드'를 시작하는 등 금융 신상품 개발을 주도해 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도 2001년 말 씨티은행이 도입했다. 같은 해 출시한 '시티가란트펀드'는 국내 은행에서 판매된 첫 펀드 상품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금리가 높아지도록 설계된 환율연동예금과 개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로 자산을 구성하는 '펀드오브펀드'도 씨티은행의 작품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씨티은행이 이 같은 서비스를 서울 중심의 12개 지점에서 전국 225개 한미은행 지점으로 확대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의 단순 금융업무 창구를 줄이고 PB 코너나 아예 PB업무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두번째 PB 전문점을 열고 PB 기능을 할 수 있는 지점도 현재 43개에서 70개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PB점을 3개에서 10개로 늘리고, 신한.조흥.제일은행 등도 올해 안에 두세개씩 PB점을 신설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공과금 결제와 타행 이체가 자유로운 현금관리계좌 서비스를 시작하고, 보험사들이 수시입출금식 유니버설보험을 내놓는 등 비은행권의 복합상품 개발도 줄을 잇고 있다.

앞으로는 돈 많은 고객이 우대받는 반면 소액 예금자는 은행 창구나 자동입출금기 앞에서 줄 서는 시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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