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철원군 폐기물처리장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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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의 자치단체 관광지 코앞에 폐기물 종합처리장이 웬 말입니까."

"타당성 조사를 거쳐 적법하게 우리 지역에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데 문제될 게 있나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이 군 경계지역에 폐기물 종합처리장을 건립하는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마찰 경위=철원군은 135억원을 들여 연천군 경계 인근인 철원읍 율이리 2만3000여평에 7만5000㎥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과 하루 20t 처리 규모의 소각장을 내년 말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군은 이를 위해 지난 5일 강원도에서 부지 승인을 받았다. 기본 설계도 끝나 오는 7월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달 초 이 사실을 알게 된 연천군은 지난 9일 철원군에 공문을 보내 폐기물 종합처리장 이전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철원군은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지난 16일 연천군에 통보했다.

◇연천군 주장="경기도 및 연천군 경계에서 1㎞, 도립공원 지정을 추진 중인 관광명소 고대산에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한다.

또 폐기물 침출수가 임진강 상류의 차탄천으로 유입되면 수질이 오염될 뿐 아니라 관광 사업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군은 "고대산(해발 832m)은 북한 지역이 보이는 데다 산세가 수려해 연간 30여만명이 다녀가는 수도권의 등산 명소"라며 "이 일대에 관광레저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군은 "고대산 주변의 미관을 해치고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킬 시설을 이해 당사자인 연천군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조성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원군 입장="처리장은 소각 및 매립량 20t, 침출수 배출량 최대 27t의 소규모 시설인 데다 고대산과 떨어진 경작지에 설치되므로 관광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처리장 규모가 작아 자치단체 간 협의를 해야 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첨단 정화시설을 갖출 예정이어서 주변 환경을 훼손할 우려도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은 또 "해당 지역은 타당성 조사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된, 민가도 없는 오지"라며 "더구나 현재 막바지 실시설계 단계여서 현실적으로도 이전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천군과 군의회는 이장단.환경단체 등과 연대해 철원군 및 군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어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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