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스티브 잡스는 왜 특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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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는 누구인가. ‘조직의 성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러면 리더십은 무엇인가. ‘성과 창출을 위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특별한 능력 혹은 조건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가파른 시대를 우리 모두가 살게 됐다. 그만큼 점점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무엇보다도 리더라면 자신의 조직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제안이나 아이디어, 전문가들의 제안을 참조해야 하지만 결국은 리더 자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조직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예를 들어 애플 매출의 48%를 차지하고 2003년 10월 출시 이후 5년 만에 1억19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함으로써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상품이 아이팟이다. 이 상품의 개발을 통해서 애플을 반석에 올린 인물은 스티브 잡스다. 애플의 부활과 성공에는 리더의 통찰력과 안목, 판단력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55년생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50세가 됐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쉰 살이 된다는 건 좀 더 멀리 내다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참을성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받을지 더 잘 알게 될 뿐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러니 일급의 인재들에게 어떤 일을 시키기 전에 내가 좀 더 신중히 생각하는 편이 낫다. 이것은 참을성과는 다른 태도다.”

 미래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그런 불확실성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시대다. 그런 불확실함을 뚫고 조직이 나가야 할 목적지(비전)를 정한 다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또한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리더가 더 많은 조직원으로 하여금 목표 달성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이런 조직은 틀림없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목적지의 설정과 공유, 그리고 실행이란 세 단어의 조합을 생각할 때면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IBM의 전 회장 루이스 거스너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조직을 맡게 됐을 때 구성원이나 애널리스트의 통념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비전 창출을 통해 조직을 크게 성장시킨 인물들이다. 잭 웰치가 조직을 맡았을 때 선택한 간단명료한 아이디어, 즉 ‘1등이나 2등 전략’‘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 전략이나, 거스너가 조직을 맡았을 때 선택한 ‘단품 제공업이 아니라 통합 솔루션 제공업’으로 조직의 목적지를 정한 부분들은 모두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이 조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한편 리더는 희망과 낙관의 전도사가 돼야 한다. 미래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리더가 가진 합리적 낙관주의는 조직 성공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합리적 낙관주의는 리더의 신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미래, 조직의 미래, 나아가 자신과 사회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는 역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30년 동안 레이건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마이클 디버는 “미국이 미래에 대한 회의와 혼돈을 겪고 있던 시기에 레이건은 그 자신과 미국에 대해 놀랄 만한 확신을 가지고 전국 무대에 당당하게 등장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자신의 확신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리더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적인 낙관주의,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바탕이 된다. 한마디로 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낙관주의자여야 하고 이런 신념을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공병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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