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세계 최저가 200만원대 자동차가 나온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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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사실 이 차가 나오기 전부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초저가차’ 개발 붐이 일었어요. 타타자동차에 자극받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너도나도 “우리도 초저가차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프랑스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인도에서 3000달러(약 280만원) 이하의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어요. 일본 스즈키도 올해 안에 인도 시장에 4400달러(413만원)짜리 자동차를 팔기 위해 준비 중이랍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도 3900달러(370만원)짜리 자동차를 2010년 생산하겠다고 하네요. 일본의 도요타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저가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들은 왜 초저가차를 개발하는 걸까요. 우선 이렇게 차를 싸게 만드는 일은 고급차·명차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입니다. 자동차 한 대엔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싼값에 부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인건비나 물류비용도 낮춰야 하고요. “부품 원가를 고려할 때 5000달러(470만원) 이하로 제대로 굴러가는 차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초저가차는 고급차와 달리 한 대 팔아 봤자 남는 게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이 판매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각 업체들이 초저가차 개발에 나선 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은 미국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일본도 해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있어요. 게다가 이런 선진국은 이미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판매 대수가 급속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인도·중국·러시아·남미는 경제가 급속도로 커가면서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지요. 중국은 이미 일본보다 큰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이랍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돼요. 세계 11위인 인도 시장도 2016년까지 일곱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껑충 뛰어오를 거라고 하네요. 이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은 선진국이 아닌 이들 개발도상국들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답니다.

따라서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값싸고 매력적인 차’로 잡는 게 세계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됐어요. 타타자동차가 한발 앞서 200만원대 차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지요. 아직까지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 나라의 중산층들에 자동차를 팔 수 있다면 그 수요가 엄청나겠지요. 경쟁 상대가 없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니까요.
 
이미 동유럽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저렴한 소형 차종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일본 스즈키는 8000달러(752만원)를 밑도는 소형차 ‘젠 에스틸로’와 5000달러(470만원)짜리 ‘마루티800’이 폭발적 인기를 끌며 인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답니다. 르노는 루마니아 공장에서 만드는 7200달러(677만원)짜리 ‘로간’으로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얻었고요. 따라서 이보다 싼 초저가차가 나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뜨거울 것이라는 게 타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의 달콤한 생각이죠.
 
싼 차가 나오면 중국이나 인도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차를 운전할 수 있겠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답니다.

우선 200만원대 차가 과연 얼마나 튼튼할지 의문입니다. 원가를 줄이려고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를 많이 썼는데, 충돌 사고가 나면 금속보다는 아무래도 안전성이 떨어질 거라고 하네요. 또 처음엔 잘 달릴지 몰라도 금세 고장 나는 게 아니겠느냐는 우려도 있고요. 한마디로 ‘싼 게 비지떡’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환경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탈 사람들이 대신 차를 끌고 다니면 교통 정체도 심해지고 배기가스가 늘어 환경도 그만큼 오염되는 게 당연하죠. 싸게 만들다 보면 배기가스 문제도 덜 신경 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35만원짜리 차를 사서 굴릴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초저가차는 유럽·미국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팔리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안전과 환경 기준엔 맞추기 힘들 것 같다네요.

한애란 기자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생산비 낮추려 라디오도 없애
달리는 기능에만 충실히 제작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2004년 “10만 루피(약 235만원)짜리 인도의 국민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세계 자동차 업계는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그 값으로 제대로 된 차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지요. “바퀴 네 개인 자전거를 만들려는 거 아니냐”는 비웃음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4년 만에 초저가차 ‘RS1엑’이 정말 모습을 드러냅니다. 타타자동차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235만원짜리 차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차는 1000만원짜리 차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일단 겉모습만 봐선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문짝이 네 개고 4명이 탈 수 있습니다. 성인 남자가 운전하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크기죠. 작지만 트렁크도 있어요. 엔진 크기를 나타내는 배기량은 600㏄로 마티즈(800㏄)보다 약간 작지만 최고 시속 130㎞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최고 출력은 30마력으로 마티즈(52마력)엔 훨씬 못 미칩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없는 게 많긴 많습니다. 라디오와 에어컨이 없어요. 빗물을 닦아 내는 와이퍼도 두 개가 아닌 한 개입니다. 돌리기 편한 파워핸들도 아니고 창문도 수동으로 여닫게 돼 있죠. 한 푼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달리는 데 꼭 필요한 기능 외에는 다 빼 버린 거지요. 금속과 볼트를 줄이고 플라스틱과 접착제를 사용해 제작비와 무게를 줄였습니다. 속도계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랍니다. 첨단 기술 대신 구식 기술을 쓴 것이지요. “시속 65㎞인지 75㎞인지 아날로그 속도계가 과연 정확히 알려 줄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200만원대 차는 과연 인도 시장을 휩쓸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700만 대의 오토바이가 팔렸습니다. 이 차는 100㏄급 오토바이 두 대 정도의 값에 불과해 많은 사람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갈아탈 것이라는 게 타타자동차의 기대입니다. 하지만 10만 루피짜리 좋은 중고차도 많은데, 성능이 떨어지는 싸구려 새 차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네요. 타타자동차의 ‘국민차’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외신을 좀 더 지켜봅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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