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얼마나 더 희생돼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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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대형 화재로 40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하던 13명의 중국동포, 결혼한 지 3개월 된 새신랑의 희생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안전불감증 사고가 우리나라의 고질(痼疾)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서 단 한 차례의 경보음 발령이나 대피방송이 없었다고 한다. 스프링클러는 폭발로 무용지물이었고, 출입구는 발화 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져 건물 밖 탈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건물 자체도 칸막이로 6등분돼 탈출구 접근이 어려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의 건물이 어떻게 준공검사를 받았는지 의문이다.

 50여 명의 인부가 유증기(油蒸氣)가 자욱한 실내에서 작업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우레탄 폼 더미, 10여 개의 LP가스통 등 인화물질을 바로 옆에 두고 일했다고 한다. 준공검사와 소방검사를 담당하는 당국의 치밀하지 못한 점검과 건물주·시공업자의 안전불감증이 어우러져 빚어진 참사인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1998년 10월 2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크게 다친 부산 냉동창고 화재와 유형이 거의 같다. 최근 10년 사이 냉동창고에서 대형 화재만 10차례 발생했다고 한다. 냉동창고 시설의 준공검사와 소방점검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 공무원을 문책하고 관련법을 정비했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재난관리기본법,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직후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했고 그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했지만 대형 재난 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이들 법안의 처벌이 과태료에 국한된 것도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차제에 재난 관련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안전’은 그 어떤 것에 우선한다는 분명한 사회적 인식 없이는 한계가 있음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