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진단>美,對北제재 완화-한반도정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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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대북(對北)규제완화조치 발표는 北-美 실질관계를 수립키위한 첫 수순이다.동시에 제네바 북미합의 이행조치를 둘러싸고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풀어나가는 첫 실마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북-미 핵협상 타결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핵심고리는 북-미관계였다.이번 미국의 조치는 부분 해제에 불과하긴하나 상징 수준에 머물것이라던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특히 북한으로부터 마그네사이트를 수입키로 함으로써 북-미간 직접교역의 길을 열었다.이는 식량교환을 위한 전단계라는 성급한 관측까지 낳는등 담긴 의미가 적지않다.
이같은 북-미의 관계진전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에 질적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대외개방유도와 국제사회 편입이라는 점에이미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문제를해결하려는 것이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포용정책(EngagementPolicy)기조이다.우리 정부의 외교안보팀 도 이미 북한의 대외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을 올초 연두보고에서 천명했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적 관계개선 천명은 북한으로 하여금 실질적인 「대외개방」이라는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낙관적으로 보는 쪽은 북-미합의이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김정일(金正日)은 정권의 새로운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빈사상태의 경제를 살리는게 급선무다.따라서 대미(對美)관계개선을 통한 수혈은金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밖으로 드러난 북한측의 외교목표도 이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한다.북한은 주창준(朱昌俊)주중(駐中)대사를 통해 북한의 올 대외정책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간 관계개선엔 걸림돌도 적잖다.
북한은 미국의 실질적인 직접투자와 원조를 미국측에 요구했으나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이를 제외했다.추후 상황을 보아가며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공화당 의회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점도 어려움이다.
중국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사망이 임박했다.鄧의 사망은 북한 지도부에도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북한측이 더 움츠러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자민당(自民黨)의 장기집권이 끝나면서 정국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게다가 고베(神戶)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일본정부의발걸음을 잡고있다.
무엇보다도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요인의 하나는 북한정권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제임스 레이니 미국대사는 아예 김정일(金正日)이 실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지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북한과의 협상은 얼굴없는 상대와의 포커게임』이라고 말한바 있다.얼굴없는 상대는 당분간 민간차원의 게임을 맡겨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보다 주력해야되는 것은 오히려 대북 협상에 주역이 될 韓.美.日간의 공조체제 확립이다.대북 경수로지원에 대한관계당사국간의 협조체제유지야 말로 북한의 얼굴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金成進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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