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쓰레기 봉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서울 번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朴모(48)씨는 며칠전 동사무소에 가서 종량제 쓰레기봉투 판매소 지정을 신청했으나 별다른 연락이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특별한 흠이 없으면 판매소로지정해준다는 대답은 들었으나「안되면 어쩌나」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朴씨는 지난해말 동사무소에서 쓰레기봉투 판매소 신청을 하라는 연락을 해왔을 때만 해도 왠지 귀찮을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쳤다.
그러나 새해 들어 쓰레기 종량제가 막상 실시되자 신청하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었다.쓰레기봉투 판매소로 지정받은 이웃의 담배가게가 1년에 적어도 50만원은 더 벌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게다가 구청 청소과에 근무하는 친지 K씨로부터 쓰레기봉투의 유통과정을 자세히 듣고나서는 더욱 그러했다.
K씨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봉투 제조업체는 기초 자치단체가 공개입찰하거나 수의계약 등으로 선정하게 돼 있어 구청이나 시.군별로 납품가격이 다르다.
그러나 서울의 22개 구청 가운데 종로.중구를 제외한 나머지20개 구청은 납품가격이 같다.종로구청과 중구청은 공개입찰로 제조업체를 선정한 데 비해 나머지 구청은 서울시에서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과 단체수의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
도봉구청의 경우는 20ℓ들이의 장당 「원가」(납품가격)가 24.75원인 쓰레기봉투를 2백66.8원에 지정판매소로 넘겨 준다.원가의 10.8배에 해당하는 2백42.05원의 「마진」을 남기고 있는 셈인데 바로 이 마진이 도봉구청이 소 비자에게 부과하는 쓰레기처리비용이다.지정판매소에서는 도봉구청으로부터 2백66.8원에 넘겨받은 봉투를 23.2원의 마진(최종 판매가 대비 마진율 8%)을 붙여 2백90원에 소비자 들에게 파는데 구청측이 판매가와 마진을 정해주고 있어 판매업소가 임의로 올리지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웃 노원구의 경우 똑같은 20ℓ들이 봉투라도 소비자판매가격이 도봉구보다 30원이나 싼 2백60원이다.납품원가는 도봉구청과 같지만 구청의 마진,다시말해 쓰레기처리비용과 판매업소의 마진이 다르게 되어 있기 때문인데 판매업소 의 마진은 지방자치단체가 9%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도봉구의 경우 주민들이 2백90원(20ℓ들이)에 쓰레기 봉투를 구입하면 83.5%가 구청의 쓰레기처리비용으로 들어가고,8.5%는 납품업체의 몫이 되며,8%는 판매업소의 마■ 이 되는 것이다.
柳秦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