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대회는 프리미어리그처럼 최고 팀들만 참가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나름의 묘미가 있다. 하부 리그 팀들이 만들어 내는 ‘반란’과 ‘이변’ 때문이다. 6, 7일(한국시간) 열린 3라운드(64강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루턴타운의 기적’=루턴타운 FC는 인구 18만 명의 소도시 루턴타운이 연고지인 리그1(3부 리그에 해당) 팀이다. 선수들은 각자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이 무명 팀이 기적을 연출했다. 루턴타운 FC는 7일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대등한 경기 끝에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홈 구장(1만260석)을 가득 메운 루턴타운 팬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했다. 케빈 블랙웰 루턴타운 감독은 “이길 수도 있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리버풀과 ‘축구 대 축구’로 맞섰다”고 기뻐했다.
루턴타운의 무승부가 값진 것은 상대가 그냥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닌, 리버풀이라는 점 때문이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명문 클럽.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004~2005시즌 우승, 2006~2007시즌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의 빅클럽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수난=설기현이 뛰는 프리미어리그 풀럼도 7일 리그1 브리스톨과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막판까지 끌려가던 풀럼은 후반 28분 동점골로 패배를 면했다. 설기현은 후반 27분 교체로 나와 2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6일에도 에버튼, 블랙번, 볼턴, 버밍엄시티 등 프리미어리그팀들이 줄줄이 하부리그 팀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