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암 강세황展 국립박물관 내달12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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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고서화(古書畵)전시는 규모가 크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볼만한 물건 한두점만 있어도 족하다.
더욱이 생전에 『옹은 키가 작고 외모가 보잘것없어 모르고 보는 사람은 그 속에 탁월한 지식과 견해가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고서 만만히 업신여기는 사람까지 있었지만 그럴 적마다 싱긋이 한번 웃고 말았다』는 자긍심에 가득찬 자작 묘지명 (墓誌銘)을쓰기도 했던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1713~1791)을 소개할 때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 유유자적의 묘지명처럼 강세황은 조선시대 후기의 문화지형속에서 강한 자기개성을 남긴 작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강세황이 남긴 그림세계를 소개하는 『표암 강세황전』을 오는 2월12일까지 열고 있다.
지난해말 문화체육부가 그를 95년 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한데따른 소개전시다.
사대부 출신으로 시는 물론 글씨.그림에 모두 통달의 경지를 이룩한 것으로 알려진 표암을 택해 그 그림만 모아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개된 작품수는 20여점.미술사에 남긴 그의 자취와 크기에 비해선 규모면에서 분명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그렇지만 여기엔 미술사 전공자들이 두말 없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송도기행첩』이 포함돼 있다.개성(開城)의 경치좋은 곳 들을 어떻게하면 실제 산수를 보는듯이 그려낼까 하여 자신이 익힌 남종화(南宗畵)수법 위에 그 당시 미검증의 첨단 사조인 서양화법을 섞어 그린 그림이다.
또 매화.난초.국화.대나무등 이른바 사군자를 각 2폭씩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필치로 그린 8폭 병풍이 있다.사대부 화가들이 사군자를 즐겨 그렸다고는 하나 모두 낱폭에 불과해 매.난.
국.죽 한벌을 갖추어 그린 그림은 표암의 이 『사 군자병풍』이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귀중한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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