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세계최고·초일류…“기업 비전도 거품 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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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기업, 초일류 기업…. 늘 그렇듯 새해를 맞아 기업들마다 화려한 ‘중장기 비전’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말만 거창하고 구체적 목표나 실천 수단을 담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듯한 목표를 내세워 직원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도 흔하다. 기업 비전도 ‘거품’을 빼는 일이 시급하다. 다음은 LG경제연구원이 6일 내놓은 ‘기업 비전 수립에 대한 오해’ 보고서의 요약.

 기업 비전은 ‘자기 예언’이나 ‘선언’이 아니다. 특히 공표되는 비전은 주주는 물론 협력업체·고객과의 약속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 최고’임을 내세웠던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줄줄이 사라졌다.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내놓은 ‘글로벌 비전 2020’은 주목할 만하다. ‘동네 최고의 기업’ ‘가벼운 차 만들기’라는 구호는 전혀 거창하지 않다. 현실적·구체적이다. 국내에서조차 사업 기반이 취약해 보이는 곳이 ‘초일류 기업’ 운운하는 건 어색하다. 대신 ‘국내 3강’ 같은 점진적 발전상을 제시하는 것이 긴요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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