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대표사퇴로 갈등 최고점까지 돌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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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자당과 민주당이 각각 비슷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각각 당의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처지에 있는 이기택(李基澤).김종필(金鍾泌)대표가 실제 주인격인 DJ와 YS에게 공개적인반발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DJ-KT,YS-JP의 관계설정 좌표가 향후 정국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갈등의 최정점(最頂點)에 와있는 형국이다.이기택(李基澤)대표는 10일 대표직 사퇴를 또한번 시사했다.KBS 제1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이날 발언은 공식석상에서만 벌써 세번째다.李대표는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 을 거론하며「민주당의 은퇴한 사주(社主)」,「실질적인 오너(소유주)」란 표현까지 썼다.2월 전당대회에서의 대표 경선을 성사시키기 위해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구사하는 듯했다.공교롭게 이날 金이사장의 당적이탈설이 흘러나와 양측의 긴 장이 최고도에 달했다.李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金이사장을 겨냥한 것이라면 金이사장의 당적이탈은 李대표에 대한 역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金이사장의 탈당은 외형상 당내문제에 전혀 간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것이기 때문이다.李대표 측에서 볼때는 명분의 근거를 잃어버리는꼴도 된다.물론 이 얘기를 꺼낸 김정길(金正吉)前최고위원조차 『金이사장의 고민을 옮기다보니 나온 우발적 발언』으로 해명했다.그러나 결국 「서로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셈」이다. 李대표는 이날 오후부터 장고에 들어갔다.동교동과의 협상창구인 김정길前최고위원과 오후내내 자리를 같이했다.양측간 실질적 만남도 전혀 없었다.李대표는 그리곤 11일로 예정된 당무위원회의를 취소해버렸다.
취소 사유가 흥미를 끈다.『전당대회 시기문제를 놓고 아직 의견조율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李대표는 11일 아침『2~3일정도 지방에 가서 쉬겠다』는 뜻도 밝혔다.金이사장은 예정대로 11일부터 4박5일간 괌 휴가를떠난다.갈등의 최고 정점에서 두 장본인이 판을 잠시 떠나는 격이다.전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분위기 를 조성하고 있는 듯하다.
냉각기를 갖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11일 아침『모두가 승리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당분간 냉각기겸 조율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관건은 李대표측과 동교동계 양측이 그동안 쌓여온 상호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다.12.12 기소촉구 투쟁에서부터 시작돼 상당히 골도 깊어졌다.양측의 갈등은 벌써 두달을 끌어온 처지다.때문에 냉각기를 갖고 싶다는 양측의 생각이 두 당사자의 「脫서울」기간중 얼마나 접합점을 찾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朴 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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