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시행베일벗는부동산>2.토지실명제 試案 어떤내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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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동산 실명제를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구상에는 과거를 추궁하기 보다 명의신탁의 양성화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 뚜렷이 반영돼 있다.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개별법에 저촉되는 경우를 대부분 구제키로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또 실명전환기간(95년7월1일~96년6월30일)내에 명의신탁사실을 노출시키지 않고 그대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도 사실상 실명전환으로 인정,어떤 형태로든 명의신탁 관계를 청산하기만 하면 모두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이 법률안은 지난 9일 홍재형(洪在馨)재경원장관의 부동산실명제 실시에 관한 발표에 앞서 만들어진 시안(試案)이고▲정부 발표문에서「명의신탁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거 법률위반이 새로발견되는 경우에 그 위반의 크기나 정도를 감안하 여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과세하거나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명시한 점을 감안할때 과거를 불문에 부치는 범위가 당초보다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다른 개별법에 의한 처벌면제=명의신탁 부동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한 것으로상당히 파격적이다.
우선 토지거래 허가구역내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를 할 경우 2년이하 징역 또는 계약당시 공시지가액의 30%를 벌금으로물리도록 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도시인들이 농촌지역의 토지를 현지주민 명의로 사둔 것을모두 양성화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지매매 증명이나 임야매매 증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아 거래한 경우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현행규정상 개인의 택지소유 상한규모 초과 택지의 매입이나법인의 사업용외 택지 매입때에는 허가를 받게 돼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명의신탁 방법으로 매입해둔 것도 처벌하지 않고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 주도록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복잡할 것으로 예상돼 왔던 아파트등 공동주택의 전매(轉賣).전대(轉貸)금지기간내 전매.전대행위에 대해서도 이를 처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첨자격을 박탈하거나 주택공급계약취소,즉 아파트를 환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구제의 폭을 크게 넓혔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허위로 등기를 한경우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명의신탁을 이용한 과거의 탈세행위까지도 눈감아 주겠다고 한 것이다(시안 제6조7항).
이는 투기규제조치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 법률구조상 이들 족쇄를 제거하지 않고는 제도적으로 실명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금추징 면제=처벌문제와 함께 논란이 돼 온 세금추징문제에 있어서도 법률안은「실명화등기전의 등기부상 소유자를 실제소유자로 본다」고 규정,실명화 이전에 등기부상 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이루어진 납세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그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실명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했을 경우 늘어날 수 있는 세금을 다시 추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이 명의신탁 토지를 실명화할 경우 실명으로 갖고 있던 다른 토지와 합산돼 누진율이 높아져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이를 우려해실명화를 기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다.
여기에는 양도소득세.토지초과이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도시계획세등이 모두 포함된다.또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보유시 이에 상당하는 차입금의 이자를 손비(損費)로 인정해 주지 않는 법인세법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법인이 임직원 또는 다른 개인 명의로 사둔 부동산을 실명화함으로써 비업무용 토지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취득세를7.5배 중과(重課)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실명화를 하는 과정에서 일체의 경제적 추가부담이 돌아가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위반의 크기나 정도에 따라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과세하거나 처벌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공식발표문에 배치되는 점으로 실무협의 과정에서 과거를 불문에 부치는 범위의 축소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명의신탁의 예외인정=새 법률안은 어떠한 명목의 명의신탁도 무효로 한다고 단정하면서도 불가피한 경우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우선 신탁법 또는 신탁업법에 의한 신탁재산인 사실을 등기한 경우는 계속 명의신탁이 허용된다.
이 경우는 명의신탁등기라 하더라도 등기부에 실소유주가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상 실명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채무변제를 담보하기 위해 양도한 부동산인 사실을 등기하는경우도 계속 허용된다.
이 역시 실소유주가 사실상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기업이 공장용지를 매수할때 현지인들이 땅값을 지나치게 높게 불러토지매입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를 막기위해 일정기간 임직원등의명의로 등기하는 것도 허용했다.
다만「공장용지 」로 예외를 인정하는 용도가 한정돼 있어 기업들의 사옥신축등 다른 용도의 부지 매입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배우자간 명의신탁도 조세의 포탈 또는 강제집행 회피등위법목적이 아닌 한 허용했다.배우자간에 명의신탁을 해 두더라도토지전산망의 가동으로 부부소유의 부동산이 모두 파악된다는 점을고려한 조치다.
종중부동산의 경우도 대표자가 아닌 종중원 명의로 부동산등기를할 수 있도록 했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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