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는 넓은 의미의 평생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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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문화.레저 생활여건을 손꼽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그러나 시민생활에서 문화와 여가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그리 손쉬운 일은 아니다. 문화는 그 속성상 내면적인 성격을 띠는 창작 못지 않게 향유능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통계적 접근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없다.물론 문화활동 중에서도 예술에 주목하여 음악.연극 무대 객석수,영화관 좌석수,전시공간 면적,공공도서관 장 서수,서점수등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화는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까닭에 기본적으로 충실한 평생교육 체제를 필요로 한다.오늘날 평생교육 개념에서도 사회.문화적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정보통신수단의 발달이 한편으로 세계화.지 구화를 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화,원자화(原子化)현상도 낳기 때문이다. 문화활동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이를 통해 공동체적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개인의 창의적 발상과 직결되는 공동체적 생활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교육만을 연상하는 그릇된 체질을 너무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이제 가정과 사회가 다시금 교육력을 회복하여 개인이 좀더 자발적으로 개성을 살려나가는 한편,다른 사람들의 개성도 존중하는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어야 한다.지역사회의 문화적 정비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근대적 국가의 틀속에서 살아왔지만,사실상「애국심」이란「애향심」에 비해 허구적이다.좀더 자연스러운 둥지는 아무래도 고향이다.그곳에서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고 자라난 세대는 좀더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고향」을 이른바 근대화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것이다.이향(離鄕)내지 실향(失鄕)으로 인한 비인간화 현상이 가져온 폐해를 지적한다는 것은 새삼스럽다.
그렇다고 역사.자연과 불가피하게 연계되어 있는「고향」의 회복이 무작정 과거지향적일 수만은 없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흐르면서도 합리적 관계를 형성하고,내가 살고 있는 우리 고장을좀더 개성있고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고향은 만들어진다.
올해를 지방자치의 원년이라고들 한다.많은 정치지망생들이 이 기회를 출세의 방편으로 삼으려 하지만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시민들의 삶의 질을 돌보는 정치이고 행정이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매달려왔던 경제제일주의를 벗어나 사람다운 사람이 중시되는 가치기준이 확립되고 적용되어야 한다.이것이 문화의참뜻이라면,발전의 문화적 차원이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올해가바로 그런 해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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