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인물탐구>"아들의 여자"서 사채업자役 여운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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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돈이란 가장 정확하며 냉정한 존재다.평생 돈을 지고의 가치로여기며 살아온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은 어떤 그림을 그려갈까.
이 흥미로운 질문이 요즘 드라마 『아들의 여자』(MBC)에서 풀려지고 있다.극중 사채업자로 등장하는 문정옥( 여운계扮)여사는 돈에 의해 지배된 한사람의 사고가 주변의 불행을 어떻게 초래하는가를 논리적으로 꿰맞춰준다.
차가운 은테안경,무채색 투피스,넉넉해 보이는 자줏빛 핸드백,세상의 짐을 모두 걸머진 듯한 히스테리성 표정으로 상징되는 문여사의 모든 비극은 돈을 잣대로 갈라진 흑백의 사고에서 비롯된다.자신의 자랑인 검사아들 민욱(차인표)의 첫여자 인 바이올리니스트 채원(채시라)을 갈라놓는 장면.『난 몰락한 집안의 여자는 못들여와.목에 칼이 들어와도.베짱이처럼 「깽깽이」를 연주하다 망한 주제에 자존심만 살아가지고.누굴 또 몰락시키려고.』70년대식 철제캐비닛과 요즘은 보기 힘든 검 은 장부가 전부인 사채업사무실에서 하루종일 계산기를 두드리는 문여사.그녀는 富와그에 따른 타인의 시선.인정외에는 다른 삶의 기준이 없다.사랑.우정.고뇌.희생.방황등 삶을 촉촉하고 여유롭게 하는 여분을 지니지 못한 그녀의 사고는 주 변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아들 민욱의 순수한 첫사랑을 무참히 깨뜨려버린 문여사는 삶의 여분을 많이 지닌 순수한 채원을 「흑백의 기준」만을 지닌 악녀로 변신시킨다.여분없는 단세포의 삶은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시류에서 더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진리를 극중 문정옥여사는 가르쳐 주는 셈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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